[기자수첩] 일본 ‘몽니’로 깨달은 ‘소재 독립’의 절실함

입력 2019-07-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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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산업부 기자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 광복 74주년을 맞는 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부터 영유권 문제, 남북 현안 등에서 사사건건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계속되는 일본의 몽니가 절정에 이르렀다.

일본의 기초과학은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발달해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가까운 이웃 국가인 일본으로부터 손쉽게 각종 산업의 화학·소재 부품을 조달해 왔다. 제품의 퀄리티, 가까운 운송거리 등의 장점을 갖춘 일본은 우리 기업에 안정적인 우수한 소재 공급을 가져다 줬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국내 자체 연구·개발(R&D) 역시 이러한 이유와 각종 산업·환경 규제로 정체됐다.

일부 산업계 인사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소재 식민지였음을 깨닫게 됐다고 탄식한다. 당장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거론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외에도 일본은 각종 반도체 장비와 웨이퍼 등을 생산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초정밀 카메라용 광학렌즈의 원천기술,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모터 부품 등도 일본산이 다수다.

이번에 일본이 허를 찌른 품목들도 품질과 기술 측면에서 다른 국가나 회사의 제품으로 대체하기가 곤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7.8%에 달한다. 일본의 공격이 뼈아픈 이유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일 간 무역 이슈가 이미 국내외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췄다. 일본이 단 3가지 품목만 건드렸는데도 벌어진 일이다. 광복 74주년, 이제는 경제 독립, 기술 독립, 소재 독립을 이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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