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42)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김주원의 탱고발레-3 Minutes: Su tiempo' 프레스콜에서 탱고와 발레의 만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발레와 탱고의 만남은 생소하다. 그는 "발레와 탱고는 다르지만, 드라마를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부분에서는 비슷하다"라며 "발레도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장르고 탱고도 서러움, 그리움, 한과 같은 정서가 들어있어서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공연은 한 밀롱가(탱고를 추는 장소)를 찾게 된 여자의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탱고 음악과 춤, 노래로 표현한다. 밀롱가의 가수로는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과 유사랑이 더블 캐스팅됐다. 음악감독은 탱고 밴드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가 맡아, 그의 4인조 밴드가 공연의 곡을 연주한다.
웅산은 "처음 이 작품을 만든다고 들었을 때 발레로 탱고를 표현한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라며 "탱고를 사랑하는 김주원과 정태호 감독 그리고 제가 모인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정태호 음악감독은 "탱고는 처절하게 슬프기도 하지만 그 슬픔으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닌 음악 안에 희망이 내포되어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라며 "이 공연을 준비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무언지 모를 에너지가 생겨났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분들도 에너지를 얻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원과 함께 춤을 추는 파트너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이 출연한다. 발레리노 강준하와 윤전일 등의 무대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주원은 파트너 이영철에 대해 "하나의 심장, 세 개의 다리라고 할 정도로 탱고는 두 사람의 심장이 맞닿아 있는 춤이다. 다리 하나는 항상 꼬고 있어 세 개의 다리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토슈즈 위에서 테크닉을 하려면 파트너를 나 자신 만큼 믿어야 한다. 토슈즈를 신고 탱고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영철 씨 덕분에 편안하게 췄다"고 했다.
제목의 '3 미닛츠'는 탱고를 추는 두 파트너가 춤을 추는 시간 3분을 의미한다. 이 시간 동안 추는 남녀의 애절한 춤 속에서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가 담겨있다.
김주원은 "다른 예술 장르의 에너지를 느껴서 춤으로 표현해내니까 그냥 발레만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공연에서) 각자 노래, 음악, 몸으로 탱고를 표현하지만, 탱고를 좋아하는 마음은 비슷하다. 제가 탱고를 들으면서 받았던 위로를 관객들도 공연을 통해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기획 프로그램 '컨템포러리 S'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S씨어터는 300석 규모의 가변형 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허물고 연출 의도에 따라 창의적 시도가 가능한 공간이다.
김주원은 2013년 발레 '마그리트와 아르망' 이후 6년 만에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를 보자마자 탱고 밀롱가로 꾸며놓으면 그 자체로 탱고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탱고와 발레, 재즈를 융합신다는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20년 이상 클래식 발레를 추면서 제 안에 녹아든 발레의 기본 덕분에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라며 "더 다양하고 많은 표현을 위해 평소에도 좋아했던 탱고 장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웅산은 김주원의 첫째 날 리허설을 본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 첫 리허설 때 바로 제 눈앞에서 발레로 감정을 표현하는 주원씨를 보고 압도됐고, 그냥 울고 말았습니다."
뮤지컬 '김주원의 탱고발레-3 Minutes: Su tiempo'는 11~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