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를 마감한 올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 시장은 부진했다. 이노테라피, 셀리드, 지노믹트리, 수젠텍, 압타바이오 등 5곳만 상장에 성공했다. 16곳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작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상장한 5개 기업의 주가도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도 부족했지만 코스닥 상위 바이오기업들이 대규모 기술이전과 같은 성과보다는 최근 잇따른 대규모 펀딩과 부정적 임상결과 등의 이슈가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을 추진하던 유망 기업들도 좌절을 맛봤다. 바이오기업들이 상장 첫 단계인 기술성평가 문턱에서부터 좌절하면서 당혹해하고 있다. 거래소와 기술평가기관의 심사가 강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최근 증권사 IPO 담당자들을 모아놓고 향후 상장심사를 신청하는 바이오기업에 대해서는 신약개발 기업의 임상 파이프라인의 진행 정도, 파이프라인의 수, 기술이전 성과까지 꼼꼼히 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말이 암암리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기업공개를 예고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의 바이오기업 IPO에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코오롱 인보사 사태 등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제출자료의 진위여부까지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상장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비보존은 지난달말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미국에서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기업이 코스닥 상장의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기술성 평가기관 한 곳으로부터 과락에 해당하는 BB등급을 받았다. 기술성 평가는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 자격을 얻는다.
반면 마크로젠 미국 자회사인 소마젠은 지난 9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첫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A, A로 통과했다. 또한 앞서 천랩과 압타머사이언스, 카이노스메드는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코스닥 상장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상장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비롯해 상장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한국거래소가 이달부터 새로운 바이오기업 상장규정 시행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성장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거래소는 외국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허용하면서 기술성평가 없이도 상장가능한 이익미실현 상장(테슬라상장)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는 외국기업을 더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거래소의 의지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국기업의 기술성평가 통과 등급을 A, A로 국내기업보다 높였다. 올해와 내년 국내 증시 상장을 노리는 외국기업은 아벨리노랩, 네오이뮨텍, 제노스코 등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내년 11월까지 해외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과 국내 성장성 특례 상장 주선인 자격을 제한키로 한 것도 악재가 됐다. NH투자증권은 제노스코의 상장주관사다.
국내 A기업 역시 최근 상장주관사를 교체해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계획중이었는데 주관사가 제제로 성장성 특례 상장을 맡을 수 없게 되면서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 시장이 불안해지면 비상장 바이오기업 투자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프리IPO 투자 성향이 강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이후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프리IPO 투자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면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뜨거웠던 비상장 초기바이오텍 상장 투자도 불안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우려스럽게 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한 바이오전문투자사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의 가치가 너무 고평가되면서 초기투자에 대한 이점이 사라졌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