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은 이날 오전 덜레스 공항을 통해 워싱턴 D.C.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간에 논의할 이슈가 많아 왔다”며 “백악관 그리고 상·하원(인사들을) 다양하게 만나서 한미 간에 이슈를 논의할 게 좀 많아서 출장을 왔다”고 이번 깜짝 방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김 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 이슈도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한일 갈등 중재자로 미국을 선택하고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북미 실무협상 관련 후속 조치와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제 등도 논의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그것도 백악관 상대방과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차장은 이번 방미에서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부보좌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계자들과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과 이로 인한 미국 기업의 피해 우려 등을 설명하고 우리의 입장을 알려 중재자로서 미국이 나서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도 이날 워싱턴 D.C.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일단 고위경제 대화 국장급 협의를 위해 왔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미국에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에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는 전 세계 교역질서를 교란하는 조치로, 그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할 것”이라며 “미국 역할을 부탁한다기보다 일본의 조치 자체가 미국의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미국 쪽에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 반도체 공급에 차질 생기면 제품 만드는데 차질이 생기고, 우리 장비를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일본이 이번 취한 조치는 근거도 미약하며 교역질서를 교란시키는 만큼, 전 세계가 공조해 철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국장은 11일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국장,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 회동한다.
이 밖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설득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강 장관은 10일 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장관이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일본과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11일 밝혔다.
한편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으며 철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일본이 철회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가운데 추가 수출규제도 검토하고 있어 이번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