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회계법인은 최근 감사파트 임원들의 법인카드를 없앴다. 감사인 지정제 시행에 따라 감사 담당 임원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신외부감사법은 윤리강령을 강화해 감사인과 피감인간 불필요한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2. B회계법인의 임원들은 이제 노트북을 들고 직접 기업에 상주하며 근무한다. 기존에는 파트너가 되면 페이퍼 업무는 손을 놓고 영업에 치중했다. 이들은 근무 환경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신외감법 시행으로 까마득한 후배들과 일선에서 근무하는 파트너 회계사들이 늘고 있다. 법의 취지가 감사품질 제고 인데다가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트너는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회계사가 임원을 달고 고객사를 확장하기 위한 영업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원래 회계법인에서 파트너는 주식을 받아 배당을 받을수 있는 `주식 파트너'를 의미한다. `빅 4'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상무 진급후 5년 이상이 지난 고참 임원을 뜻한다. 이런 파트너가 되면 감사 페이퍼 업무는 맡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일부만 관여했다.
하지만 외감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임원급이 직접 감사에 나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업에 상주하는 경우도 일상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영업의 비중이 떨어지면서 임원들에게 지급하던 법인카드도 없애거나 한도를 낮추는 추세다.
국내 빅4 회계펌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의 취지가 정부에서 기업을 정해줄 테니 영업은 하지 말고 감사품질 제고에 힘쓰라는 것”이라며 “이에 감사 부서의 경우 부문 대표까지도 노트북을 들고 바깥에서 감사일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파트너 한명이 여러 기업을 맡아 20억 원의 수익을 냈다면, 이제는 한 기업만 제대로 감사해도 같은 매출이 난다”며 “때문에 문제가 없도록 직접 감사하는 기조가 형성됐다”고 부연했다.
회계법인 임원이 직접 감사에 나서는 것은 신외감법의 취지가 감사 품질 제고에 있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동안 임원의 능력이 영업에 있었다면 이제는 '감사 품질'로 바뀌었다"며 "회사에서도 영업보다는 `문제없는' 감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원들이 현장에 나서는 건 인력 수급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회계사는 회계법인에서 3~5년 경험을 쌓고 은행 등 금융권이나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회계환경이 급변하면서 감사 실무를 2년만 쉬어도 복귀가 어려워 외부 경력자 유입이 미미하다는 전언이다.
저연차로 가면 표준감사시간제와 주52시간 근무제가 겹치면서 인력 부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한 사람당 해야 할 일은 늘었는데 업무 시간은 줄어드는 이중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중고참은 외부 유입이 어렵고 신입은 빅4에서만 다 데려가도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회계법인의 경우 신입보다는 제몫을 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며 “그렇다 해도 한 사람이 연간 일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 인력 수급의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