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대출 디폴트·상환 리스크 고조...‘그림자 금융 시스템’에 적신호

입력 2019-07-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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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점 디폴트·상환 위험 신탁자산 2800억 위안...2014년 이래 최고치

중국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저급한 민간 기업의 자금줄 노릇을 하던 중국 ‘그림자 금융 시스템(shadow-banking system)’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실 대출이 늘면서 그림자 금융의 중요한 일각을 담당해온 신탁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규제의 암묵적 사각지대인 그림자 금융 시스템까지 얼어붙으면 민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더욱 좁아져 가뜩이나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신탁업협회와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중국에는 신탁회사가 68개, 이들의 자산 총액은 22조5000억 위안(약 3859조 원)이었다. 이는 중국 은행 자산 총액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탁회사는 일반적으로 아파트와 공장, 고속도로 건설 등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대출 채권을 조성한 펀드는 표준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상품이 됐다. 이러한 신탁 펀드는 상장돼 있지 않아 채권 투자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기업과 금융기관, 부유층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지불한다. 보통 6개월~5년을 만기로 투자자는 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신탁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기업 중 일부는 주택시장 위축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3월 시점에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상환’ 위험을 안고 있는 신탁자산은 약 2800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이 분야 총 자산의 1.26%로, 비교적 작지만 전년 동월보다 90% 증가해 2014년 데이터 공개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폴트 및 상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신탁자산 금액은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WSJ.
▲디폴트 및 상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신탁자산 금액은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WSJ.
이런 가운데 논뱅크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로 신탁 펀드의 대부처 기업이 다른 곳에서 돈을 새로 빌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디폴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에 대한 이자나 원금 지급을 중단한 신탁 펀드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투자자가 신탁 펀드를 외면하게 되면 펀드는 더욱 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은 자금 부족을 메꾸도록 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 이사는 “신탁 부문에서는 대출이 막힌 경우에 대비하는 자본 버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탁 부문의 자본이 부족한 것은 늘 중국 경제의 약점 중 하나였다”며 “신용 상황이 압박받으면 그 압박을 가장 먼저 느끼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ING은행의 아이리스 팽 이코노미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신탁회사의 대출 채권은 대부분의 경우, 자산운용 상품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수익 투자 상품은 브로커나 은행을 통해 소액 투자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는 “작은 회사가 디폴트에 빠지면 그것이 신탁자산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자산운용 상품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때로 신탁회사 대신 자산운용 상품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전용 신탁 펀드에 투자한다. 은행이 기존 신탁 펀드 판매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신탁회사의 정보공개의무는 한정되어 있어 디폴트는 종종 재판이 보도되고나서 공개된다.

다만 예외도 있다. 몇 안 되는 상장 신탁회사 중 하나인 안신신탁은 6월에 25개의 신탁 펀드에 총 100억 위안 이상의 원리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그 원인으로 거시 경제와 시장 상황이 일으키는 단기 유동성 문제를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요주의’로 분류되는 회사의 채권이 부풀어 신탁대출 잔액의 약 28%에 해당하는 43억6000만 위안에 달했다. 전년의 4억6000만 위안에서 급증한 것이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조지 슈는 “높아지는 자산 건전성 문제가 이 분야 전체를 뒤덮고 있다”며 “그 중에는 적극적인 사업 확장 탓에 더 궁지에 몰린 신탁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금융업계의 일각이 부동산 침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안신신탁의 경우 부동산개발업체인 중홍줘예그룹에 5억5000만 위안을 대출해줬다.

데이터회사 윈드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신탁업계 전체의 자산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증권시보는 중국 규제 당국이 대부분의 신탁회사에 대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중단하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구제해서 문제를 아예 차단하는 방안도 있다. 대부분의 신탁회사는 지방 정부나 국유 기업이 주주로 되어 있고, 일부 대출은 지역의 인프라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탁 상품은 정부에 의한 암묵적 보증이 붙은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이론 상으로는 지방 정부가 신탁 펀드 투자자를 도울 필요는없고, 파산 확산을 용인함으로써 투자자의 무모한 행동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탁회사의 주식을 가진 국유 기업이 펀드 투자자에게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평판 문제다”라며 “체면을 유지할 것인지의 문제가 돼 재정상 의무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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