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혁신 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혔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데이터 3법’ 등 보험과 핀테크 분야 혁신 핵심법안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21대 국회를 기다려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14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이번 주 안으로 열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16일께 소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야 간 일정 합의 불발로 이날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사이에 정치적 문제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개회 48시간 이전에 공지해야 하는데 이날 오후까지 공지사항은 없다. 7월 임시국회가 오는 19일까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논의할 시간이 없는 셈이다. 다음 달 임시국회 개회 여부는 불투명하고, 정기국회에서의 논의 역시 기약이 없다.
문제는 국회의 공회전으로 금융 혁신법안 통과 적정 시기를 놓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보험업계는 10년째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소비자가 실손보험금 청구 필요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전자서류 전송요청을 통해 곧바로 보험사에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해당 법안 발의 이후 국회 통과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소비자연맹과 경실련은 성명서에서 “실손보험 가입자가 3400만 명에 이르지만, 가입자의 까다로운 청구절차로 가입자의 32%만 보험금을 청구한다”며 “간소화 문제는 지체할 수 없는 민생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등 금융 분야 신사업을 위해 내놓은 데이터 3법도 제자리걸음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상과 신용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뜻한다. 금융 핀테크 업체와 비금융사는 금융 소비자의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상품개발을 위해 데이터 3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무위 논의가 멈춰 서면서 연내 데이터 3법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여야 간 신용정보 보호법 견해차도 변수다. 여당은 야당에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개인정보 보호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결국, 법안 통과까지 논의 과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논의의 장이 열리지 않으면서 통과는 더 요원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정기국회부터는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몇몇 법안은 수년째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업계 의견을 반영해 하루빨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