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선발등판(先發登板)

입력 2019-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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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하여 성공적인 투구를 보인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15일 아침, 후반기 첫 경기에도 선발 등판한다. 선발 등판, 그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다 안다. 그러나 그것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를 물으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발(選拔)’이라고 쓰는지, ‘선발(先發)’이라고 쓰는지가 헷갈리기 때문이다.

‘가릴 선(選)’과 ‘뽑을 발(拔)’을 쓰는 ‘選拔’은 ‘가려 뽑는다’는 뜻이다. ‘먼저 선(先)’과 ‘나설 발(發)’을 쓰는 先發은 ‘먼저 나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류현진 선수가 선발 등판한다고 할 때의 선발은 당연히 ‘先發’이라고 써야 한다. 야구에서 경기가 시작되는 1회부터 맨 먼저(先)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것이 선발 등판이기 때문에 ‘先發’이라고 쓰는 게 맞는 것이다. 선발투수가 잘해야 팀의 사기가 오른다. 그러므로 선발투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장군에 비유하자면 선봉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선발투수에게만 ‘先發’이라는 말을 쓴다.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등판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이발(二發) 등판, 삼발(三發) 등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 ‘계투’라고 한다. 계투는 繼投라고 쓰며 각 글자는 ‘이을 계’, ‘던질 투’라고 훈독한다. 선발투수의 뒤를 이어 던진다는 뜻이다. 달리, ‘구원(救援)’투수라고도 한다. ‘건질 구(救)’와 ‘당길 원(援)’을 쓰는 ‘救援’은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건져서 끌어내 준다”는 뜻이다.

위험에 빠진 선발투수를 구원해서 상대 팀의 타선을 막아야 팀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발투수의 뒤를 이어 등판한 투수가 던지는 공은 다 선발투수에 대한 계투이고 구원의 공인 것이다. 선발투수는 그만큼 대우를 받는 자리이고, 책임 또한 막중한 자리이다. LA 다저스 팀 내의 많은 투수 중에서 류현진 선수가 ‘先發’투수로 ‘選拔’된 것은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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