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최근 수 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 정부가 번번히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사안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번 범죄인 송환법 사태와 관련,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중국 정부에 여러 차례 표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람 장관에게 “본인이 만들어낸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며 반려했다고 한다.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사임할 수 없다. 람 장관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앞서 람 장관은 지난달 중순 법안을 연기하고, 이번 주 들어서는 이 법안이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입법 절차를 공식 취소하지는 않았다.
홍콩에서는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때문에 최근 몇 주 동안 수백 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14일에도 경마장이 있어 홍콩 주민은 물론 중국 본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신계 지역의 샤틴에서 약 11만5000명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홍콩 각지에서는 거의 매주 주말마다 시위가 일상화하고 있다. 14일 시위 종료 후에는 일부 참가자와 경찰이 한 쇼핑몰에서 충돌해 최소 4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스티븐 로 홍콩 경찰청장은 “이날 충돌로 10명의 경찰이 부상했으며 그 중 한 명은 손가락을 잃었다”며 “경찰의 손가락을 물어뜯은 혐의를 받는 시위자는 구속됐다”고 말했다. 홍콩 현지 방송에 따르면 23명 시위자도 부상했으며 그 중 3명은 중상이다.
초창기에 시위는 정부 시설이 집중된 홍콩섬 중심부에서 시위가 일어났지만 이달 들어서는 중국 본토 관광객이 들어오는 관문인 카오룽반도 쪽 교외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는 람 장관의 사임이나 보통선거 도입도 요구하며 홍콩은 물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