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지난해에 비해 무더위가 주춤하면서 에어컨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14%, 선풍기 판매는 9% 각각 감소했다. 11번가에서도 최근 한 달( 6월 16일~7월 15일) 사이 에어컨 매출 신장률이 전년보다 15% 줄었고, 선풍기 역시 16% 감소했다. 다만 써큘레이터 매출은 12%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덥지 않은 여름이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지난해 여름 평균 기온은 25.4도로 평년대비 1.8도 높았고 1973년 통계 작성 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 폭염과 열대야 평균 발생일수도 각각 31.5일, 17.7일로 역대 1위였다. 이 영향으로 전자랜드의 지난해 7월 에어컨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고, 11번가의 지난해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에어컨과 선풍기, 써큘레이터 매출은 각각 20%, 17%, 10%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덜 더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폭염의 원인이던 ‘티벳 고기압’의 영향이 올해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폭염날 이후엔 곧바로 에어컨 판매가 치솟을 정도로 냉방 제품은 날씨에 영향받는다”면서 “남은 여름의 더위 수준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폭염의 학습효과로 에어컨을 미리 구입해 설치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한여름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5월 롯데백화점의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보다 80%가량 치솟았고, 롯데하이마트도 약 60% 늘었다. 전자랜드 역시 5월 초(1~12일)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여름철 이전에 주문하면 원하는 날짜에 바로 받을 수 있지만, 한여름에는 주문하더라도 2주 이상 기다리는 일이 잦다”면서 “극성수기마다 설치 대란이 반복됐던 만큼 무더위가 오기 전에 미리 구입한 수요가 높았던 점이 정작 한여름철 판매 저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