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떻게 독일 명차 방탄 벤츠 리무진을 손에 넣었을까.
올해들어 김 위원장이 벤츠를 타는 모습이 자주 보도되면서 이같은 의문이 국제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그러면서 전문가를 인용,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밀수 수법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북한이 벤츠를 운반하기 위해 3대의 수송기를 사용했고, 약 4개월 동안 5개국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4ADS 보고에 따르면 대당 50만 달러(약 6억 원)가 넘는 방탄 벤츠 2대가 2018년 평양에 도착했다. 출발지는 네덜란드이며, 북한에 도착하기까지 6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C4ADS는 항만의 공개 정보와 무역 기록을 통해 수송 경로를 추적한 결과, 2대의 방탄 벤츠는 유럽에서 해상을 통해 41일 걸려 중국으로 옮겨지고, 거기에서 다시 일본과 한국으로 우회해 최종 목적지인 러시아에서 하역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부터는 북한 정부가 보유한 제트기 3대로 평양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 국영 고려항공이 운항하는 수송기 3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이 특별 사양 리무진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먼가드’를 타고 정부 청사로 향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목격된 건 올해 1월 하순으로, C4ADS가 추적한 납차 시기로부터 불과 몇 개월 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은 또다른 세단형 벤츠 등 고급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WSJ는 세계를 가로지른 특별 사양차의 수입은 북한으로 사치품이 흘러들어가는 복잡한 무역 네트워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C4ADS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여년 전부터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화장품과 의류,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까지 다양한 물건이 북한으로 흘러들었다.
C4ADS는 김정은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이러한 물품들을 수입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한 90개국을 끌어들였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나라들이 연루돼 현재의 금수 조치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유엔 안보리의 3월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경제 제재로 고립되자 다양한 꼼수를 모색해왔는데, 특히 석유제품 밀수와 소형 무기 판매 루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이 명품에 거액을 지출하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적어도 부자 엘리트 계층은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C4ADS에 따르면 명품 구입과 관련한 것은 대부분 ‘돈주’로 불리는 개인 사업가와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고급차 800대 이상을 구입했다. 이중에는 김정은의 전용 벤츠 2대도 포함된다. 차량식별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서 C4ADS는 평양에서 김정은이 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 속 벤츠가 추적 차량과 동일한 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벤츠 제조사인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 측은 난감해했다. 다임러는 WSJ에 “(김정은의) 차량이 어디에서 어떻게 납품됐는지 모르겠다”며 “자사는 15년 이상 북한과 거래 실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 및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포괄적인 수출 관리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있다”며 “제삼자 혹은 중고차 판매는 회사 소관 밖이어서 책임을 지지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