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반도체 기판 표면 처리에 쓰이는 ‘불화수소(에칭가스)’에서 일본을 대체하는 다른 국가를 찾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유력한 조달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산둥성 소재 화학업체인 빈화그룹(濱化·영문명 Befar Group)이 일부 한국 반도체업체로부터 대규모로 불화수소를 수주했다고 16일(현지시간) 상하이증권보가 보도했다.
상하이증권보는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체 조달처로 중국을 선택했다며 빈화그룹이 제품 검사 등을 거쳐 한국 기업과 공식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전했다. 수주 소식에 빈화그룹 주가는 17일 4% 이상 급등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중국 본토 A주 시장에서 OLED와 불소화학 업종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예기치 않은 한일 무역 분쟁이 중국 관련 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LG디스플레이의 고위 기술 책임자가 중국산 불화수소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개 소재 중 고순도의 불화수소가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급속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난증권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자제품용 불화수소 생산능력은 이미 연간 20만 t을 초과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집계에서 중국은 지난해 2만7000t의 불화수소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전 세계 불화수소 시장의 약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삼성전자가 불화수소에 대해 일본산 이외 제품 품질과 성능 시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최종 판단에 2~3개월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은 새로운 재료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라인에 일본 이외 업체의 불화수소를 투입해 생산시험을 시작했다. 이들 제조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닛케이는 중국과 대만, 한국 업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을 돕게 되면 일본이 오히려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산 불화수소도 중국의 형석을 원료로 쓴다. 만일 한국과 중국이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친밀해지면 원재료인 형석의 일본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한편 중국산 불화수소가 별 문제가 없다면 한국이 일본에서 힘들게 조달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 등 일본 화학업체들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 등 우량고객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