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단결된 모습으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17일 강조했다.
기업은 정부와 함께 이번 제재에 대응하는 동시에 단기적인 소재 확보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이날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이 열리고 있는 제주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대통령이 대처하도록 도와야 할 때”라며 “기업들이 각각 처한 입장에서 대처하는 것이 국가가 부담을 덜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차와 견해차가 있어도 지금 그것을 표명해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서로 참기도 하고,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같이 대처하는 모습이 안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하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하는 반면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쁜 상황을 지적하며 “밥 짓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밥그릇 가지고 싸우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이번 일본의 제재가 외교적 사안에 대해 경제적 수단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은 재발 우려가 높은 사안”이라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에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박 회장은 “과거에는 공급선 다변화 없이도 인접 국가에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는데 왜 돈을 들여 그걸(다변화) 하겠냐는 ’경제적 방정식‘이 통했지만 공급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그 방정식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공급의 안전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면서 기업들로서는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국산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이제는 소재 개발의 당위성,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 개발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국내에서 1부터 100까지 다 개발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유연하고 오픈된 생각을 가지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정치권 등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소재부품 육성에 나서지 않아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너무 나간 것 같다”며 “기술이 우위에 있고 ’저스트 인 타임(JIT) 딜리버리‘(적기공급)를 했던 일본 것을 많이 썼던 것으로 이제부터는 대기업도 상당히 그림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더불어 박 회장은 정부와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면 대체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개발 허가받는 데 2년이 걸리면 되겠냐”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처리해줘야 한다”고 규제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6년 동안 규제개혁을 해달라고 목청 높여 외쳤는데 이제 겨우 첫번째 관문에 도달한 것 같다”며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을 얻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그렇게 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박 회장은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비교적 높았다고 평가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2.87%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책정됐다.
그는 “결정된 비율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낮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며 “결정구조는 한 위원회에서 전부를 결정하는 게 맞진 않다”고 운을 뗐다.
또 “그래도 방식 자체보다 그 방식을 운영하는 규범에 문제 해결 실마리가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간설정위원회를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해달라고 했었다”며 “앞으로도 기존 방식을 통해서라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인상률이 설정될 수 있도록 규범적으로 세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