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국 유조선 억류...서방 간 갈등 고조

입력 2019-07-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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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란 비난 고조...미국은 16년 만에 사우디에 미군 파병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 들썩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대 시리아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나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대 시리아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나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이란이 영국 유조선까지 억류하면서 ‘전선’이 유럽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란의 벼랑 끝 전술이 되레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했다. 앞서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시리아로 향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나포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스테나 임페로 호를 억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럽이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자 이란 측은 유조선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끄고 정해진 해로를 이용하지 않은 데다 이란 어선을 충돌하고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유럽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동안 유럽은 미국의 탈퇴와 이란의 이행중단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양측 중재에 나서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초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핵합의 재개를 모색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영국 유조선 억류는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원유 및 물류 수송에서 매우 중요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더이상은 민간 선박의 항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사자인 영국은 물론 유럽도 대이란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이란 자산 동결 조치를 포함한 외교·경제적 대응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핵협정에 따라 2016년 해제했던 이란 자산 동결조치를 부활하는 방안을 유럽연합(EU)과 유엔에 요구할 전망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유조선 나포 직후인 19일 “전혀 용납 할 수 없다”며 “이란은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상황이 신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은 자국 상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구축함 3척을 걸프 해역에 급파할 예정이다.

유럽 국가들도 이란 비판에 가세했다. 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20일 성명을 내고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즉각 선박과 선원들을 석방하고 걸프 해역에서의 항행의 자유 원칙을 지켜달라”고 이란에 요구하면서 “이란의 이런 행동은 걸프 지역의 긴장 완화를 가로막는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이란은 즉각 선박들을 풀어 줘야한다”고 요구했고, 폴란드 외무부 역시 “이란이 항행의 자유를 준수하고 억류한 선박을 지체 없이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19일 미국은 이란을 견제할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군 주둔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는 것은 이라크 전쟁이 있었던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주둔 부대는 수백 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미군 군함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군의 공격에 손실된 이란의 무인정찰기는 없다며 미국 측의 발표를 반박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6%(0.33달러) 오른 55.63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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