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이 ‘개도 포기한 동네’에서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탈바꿈했다. 새 아파트 단지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강남권 새 아파트’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강남의 부촌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개포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6756만 원으로 집계됐다. 인근 대치동(5514만 원)과 전통 부촌인 압구정동(5831만 원)은 물론 신흥 아파트 부촌으로 불렸던 반포동 (6436만 원)을 웃돈다. 강남에서 소외당하던 개포동이 이제 내노라 하는 대한민국 최고 부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개포동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신축 아파트 단지들의 잇단 입주 때문이다. 개포동에서는 올해부터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다.
서울 강남권은 부동산 규제 정책의 직접적인 타깃 지역이다. 특히 재건축 시장이 그렇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 사업장과 같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도 강남 재건축 시장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종 규제로 강남권에서 신축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강남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다. 10년 전 반포동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것도 ‘반포 자이’(옛 반포주공3단지)와 ‘래미안 퍼스티지’(옛 반포주공2단지)라는 새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수요 많은데 매물이 없어요”..새 아파트 호가 껑충
개포동 ‘부촌시대’의 첫 페이지를 활짝 연 아파트는 ‘래미안 블레스티지’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195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 3월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113.96㎡이 24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전용 59㎡ 두 건이 각각 15억8000만 원과 1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전용 59㎡ 호가(집주인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19억 원까지 치솟았다. 수요가 많다 보니 집주인이 주도권을 잡은 ‘매도자 시장’이 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강남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제한되다 보니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압구정동과 대치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직격탄을 맞아 사업에 속도를 못내고 있는 반면 개포동은 이미 분양을 마무리하고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곳이 많아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담에 서울 외곽 및 경기권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수요가 많다”며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는 것보다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게 낫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완료하면 어엿한 강남 부촌이죠”
개포동은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다음 달 말부터는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가구)가 입주한다.
공사가 한창인 ‘개포 그랑 자이’(옛 주공4단지·3343가구)와 ‘디에이치 자이 개포’(옛 주공8단지·1996가구)도 2년 후 집들이할 정도로 신축 아파트 공급은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개포동 일대에 들어선 개포주공아파트(1~9단지)는 가구 수만 1만7000채가 넘는다. 이 물량이 재건축을 통해 구축아파트에서 신축아파트로 시장에 나온다면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더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개포동이 비한강변 최고 인기 주거지역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학군·우수한 자연환경 등을 두루 갖춘 대규모 신축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개포동은 대치동 학원가와 가깝고 서울 도심이나 분당·판교신도시로 이동하기도 쉬운 위치다. 양재천과 대모산을 끼고 있어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개포동 일대에 2023년까지 2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야말로 신도시급의 아파트촌이 조성되는 셈”이라며 “새 아파트촌이라는 희소성에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 등 인근 삼성동의 개발 호재로 인한 수요까지 유입되면 개포동의 미래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