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제비도 놀란 양(佯)

입력 2019-07-22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우리 가곡 중에는 특히 가사가 아름다운 게 참 많다. 김말봉 작사, 금수현 작곡의 ‘그네’도 그런 노래 중의 하나이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사람의 손톱으로 일일이 아주 가늘게 짼 다음, 그것을 하나하나 이어서 만든 모시실이 바로 ‘세(細)모시’이다. 그런 세모시로 짠 모시 베로 지은 치마에 쪽물을 들이면 옥빛이 된다. 금이나 금빛 나는 물건을 두드리거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롤러 사이에 넣어 압연(壓延:눌러 폄)함으로써 종이처럼 얇게 만든 것이 금박이다. 옥색치마를 입고 금박을 물린 댕기를 묶은 여인이 그네에 올라 연신 발을 구르니 몸이 점점 높이 올라 구름을 차고 나갈 정도가 되었다. 날아가던 제비가 이 모양을 보고서 짐짓 놀란 듯이 날던 나래를 접고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바라보고 있다. ‘저처럼 높이 나는 건 나 같은 제비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어떻게 사람이 그걸 하지?’라고 생각하며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참 아름다운 가사이다.

가사를 지은 김말봉은 1930~50년대에 활동한 여성소설가이고, 곡을 쓴 금수현은 1990년대 초까지 살았던 작곡가로서 오늘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금난새의 아버지이다. 세모시, 옥색, 금박 등의 시어도 아름답고, ‘구름을 차고나간다’는 표현도 시원하며, ‘제비도 놀란 양’이라는 비유는 해학과 생동감이 넘친다.

‘놀란 양’의 ‘양’은 의존명사로서 ‘…하는 듯’, ‘…하는 척’의 ‘듯’이나 ‘척’과 비슷한 말이다. 순우리말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한자 ‘佯(거짓 양)’으로부터 온 말인 것 같다. 제비도 놀란 양 하듯이 재치 있게 하는 ‘양’은 아름답지만, 진실인 양 해대는 가짜 뉴스 유포는 매우 나쁜 짓이다. 순수한 ‘양’은 아껴야겠지만 추악한 ‘양’은 다 구름 밖으로 내던져 버려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6년 새해맞이 ‘다음채널·지면 구독’ 특별 이벤트
  •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 사직서 제출…향후 거취는?
  • 10만원이던 부산호텔 숙박료, BTS 공연직전 최대 75만원으로 올랐다
  • 트럼프 관세 90%, 결국 미국 기업ㆍ소비자가 떠안았다
  • 법원, '부산 돌려차기' 부실수사 인정…"국가 1500만원 배상하라"
  • 포켓몬, 아직도 '피카츄'만 아세요? [솔드아웃]
  • 李대통령, 스노보드金 최가온·쇼트트랙銅 임종언에 “진심 축하”
  • 금융위 “다주택자 대출 연장 실태 파악”⋯전금융권 점검회의
  • 오늘의 상승종목

  • 02.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2,652,000
    • +4.11%
    • 이더리움
    • 3,055,000
    • +6%
    • 비트코인 캐시
    • 826,500
    • +6.78%
    • 리플
    • 2,160
    • +7.73%
    • 솔라나
    • 127,500
    • +8.42%
    • 에이다
    • 415
    • +7.24%
    • 트론
    • 418
    • +2.45%
    • 스텔라루멘
    • 250
    • +7.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4,440
    • -4.08%
    • 체인링크
    • 13,160
    • +6.04%
    • 샌드박스
    • 131
    • +6.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