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청년 정책, 중앙에서 지역으로

입력 2019-07-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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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임팩트금융 대표

작년에 조사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한 명이 채 안 된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도시와 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하여 서울 0.78, 부산 0.90, 광주 0.96, 대전0.99, 대구 1.01, 경기 1.03, 인천 1.05 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급속도로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서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리고 있다. 서울에 가야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수도권은 포화상태이다. 밀도가 높고 경쟁이 극심한 곳에서 기회를 찾으려다 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생존만이 문제이다. 내가 생존하기도 어려운데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반면 지방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고령화로 인하여 지방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30년 후 전국 지방자치단체 228개 중 3분의 1 이상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역 활성화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환경을 바꾼다고 하여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젊은 인력이 없다면 지역 공동화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젊은이의 유입은 지역 활성화의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17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발표된 청년 대책을 보완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해 계층 이동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주거 공급 △교육 기회 제공 △취약 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 다방면의 대책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다양한 대책들은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지원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기회가 있는 곳에서 일하는 청년, 그들을 위한 교육 기회, 교통의 요지에 있는 청년 주거 등 그 활동무대가 현실적으로 대도시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동화되고 있는 지역, 그래서 청년들에게 아무런 동기와 기회를 주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대책은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대도시로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회 현상을 종합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청년의 문제를 지역 활성화와 연계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대도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공하기에는 너무나 밀도가 높고 경제가 받쳐 주지 못한다. 포화상태인 대도시와 수도권보다는 농어촌, 산촌, 그리고 지방에서 청년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4차 산업혁명 발전은 장소를 넘어서서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신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방에서 일자리, 교육, 주거, 문화, 그리고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이룰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실제로 지역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지방을 거점으로 창의적인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기회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대도시보다는 지방에서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미미한 실정이다.

청년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대도시와 수도권에서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은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하고, 그 결과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또 다른 재원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청년을 그 자체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지역과 연계하여 보자. 그리고 장기적 지역 활성화 관점에서 적극적 생태계를 만들자. 청년들에게 지원 대책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서의 건강한 청년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정책을 수립하자. 지역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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