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현재 인텔과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 인수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 합의에 이를 전망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관련 특허와 직원을 포함해 인수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1775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대응을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애플은 인텔로부터 지식재산권과 인력을 확보해 통신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인텔 사업부를 손에 넣으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5G용 모뎀칩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이 자체 모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퀄컴과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아이폰 등 자사 디바이스를 한층 차별화하고자 하는 것도 애플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애플은 최근 인텔 등 타사로부터 엔지니어들을 영입했으며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사무실을 샌디에이고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은 퀄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고자 주력 제품인 아이폰에 대해 2016년부터 인텔에서도 모뎀칩을 공급 받아왔다. 그러나 5G 대응에 있어서 한국 삼성과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 등에 밀리고 있어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5G 아이폰을 출시할 전망인데 여기에는 퀄컴과 삼성의 모뎀칩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인텔로부터 사업을 인수해 자체 개발한 모뎀칩을 쓰려는 의도가 있다고 WSJ는 풀이했다. 칩셋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싼 부분이다. 여기에 퀄컴과 삼성 부품을 사용하면 자칫 잘못하다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인텔 입장에서도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됐던 사업을 애플에 넘기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인텔은 PC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 이외 유력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은 부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 스마트폰 관련 사업은 연간 약 10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인텔은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철수하지만 다른 사물인터넷(IoT) 기기용 5G 기술 개발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애플과 인텔은 약 1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물밑협상을 진행해왔으나 특허 침해 소송으로 대립해왔던 퀄컴과 애플이 화해하면서 협의가 일단 결렬됐다. 화해의 일환으로 퀄컴이 애플에 다년간 칩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 주이유다. 인텔은 애플과 퀄컴이 지난 4월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기로 전격 합의하자 몇 시간 만에 바로 5G 스마트폰을 위한 모뎀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이후 다른 여러 잠재적 인수 기업과 논의했지만 결국 가장 합리적인 후보였던 애플과의 협상을 재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