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수입차 시장의 민낯

입력 2019-07-23 17:51 수정 2019-07-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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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몇 해 전,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증권업계를 출입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열리는 개장 및 마감시간 앞뒤로 엄청난 분량의 뉴스가 쏟아졌는데요. 그 탓에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곤 했습니다.

이런 증권가는 여느 업계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고객유치를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이른바 ‘젠틀’한 분위기가 가득했지요.

경쟁사끼리 서로를 헐뜯는 사례가 드물었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언론 홍보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특정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경쟁사 직원임에도 이들을 위로하고 도와주려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지요.

자동차 산업, 특히 수입차 업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집니다. 국산차 업계는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독점하다시피 시장을 장악하는 만큼,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헐뜯는 일이 없습니다. ‘어차피 게임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니까요.

다만 수입차 업계는 여전히 서로를 헐뜯고 못 잡아먹어 안달입니다.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내구 소비재인 데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국산차의 내수 판매와 매출까지 앞서는 곳이 나올 정도니까요.

‘잘 팔리는 차는 이유가 있다’는 게 수입차 업계의 정설인 만큼, 매달 판매 규모와 순위가 공개되다 보니 수입사들이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합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언론사에는 갖가지 수입차와 관련한 제보가 쏟아집니다. 언론사 입장에서 모든 제보를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막상 취재를 통해 드러난 진실이 제보 내용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도의 당위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예컨대 지난해 여름, BMW가 한창 화재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현대차도 화재가 발생했다” “벤츠에도 화재가 났는데 회사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 등등의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제보자 중에는 BMW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화재사고를 관계기관에 확인해 보면 결함에 의한 자연발화가 아닌, 충돌 후 화재 또는 방화일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결함에 의한 화재’로 제보하는 경우였습니다.

악의를 가지고 이 회사 관계자가 이런 일을 알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불이 나는 상황에 답답하기도 했을 테지요.

수입차 업계에서는 여전히 상대 회사를 헐뜯기 위한 제보가 쏟아집니다. 예컨대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 자동차의 결함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최근 “A수입차 수원전시장을 방문해 보니 영업직원이 너무 불친절하고 무례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전시장을 찾은 일반인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알고 보니 경쟁 수입차 영업직원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순수한 마음에 해당 수입차를 구입하기 위해 수원 전시장을 찾았을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지요.

경쟁사의 영업전략을 바탕으로 더 나은 판매를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게 아닌, 단순하게 상대방만 헐뜯어가며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행태는 분명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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