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금융보복 대비 컨틴전시플랜 만전 기해야

입력 2019-07-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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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한·일 간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면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했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제외 등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한국 산업에 전방위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일본이 다시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금융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 경우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우려된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금은 총 52조9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채권,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의 여신, 국제투자대조표의 기타투자액 중 일본투자액을 합친 것이다. 주식과 채권이 각각 13조 원, 1조6000억 원 정도이고, 일본계 은행 여신 24조7000억 원, 기타투자액 13조6000억 원 등이다. 일본계 은행 여신과 기타투자액은 상당 부분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국내 은행과 카드·대부업체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이 들여온 일본계 외화차입금이다. 규모는 20조2000억 원(175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대출과 외화채권으로 조달해 국내에 공급된 일본 자금인데, 은행이 빌린 돈은 10조6000억 원(92억6000만 달러), 여신전문사들의 차입금은 9조5000억 원(83억 달러)을 웃돈다.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선다면 이 자금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금융보복의 시나리오는 일본계 금융사들이 신규 대출과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언제든 자국 금융회사를 압박해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가장 먼저 투자자금을 빼가면서 한국을 국가부도 상태로 몰아갔었다. 물론 당시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일본 비중은 낮다.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 비중도 미미하고, 한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높아 아직 해외로부터의 자금 차입에 어려움은 없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4000억 달러를 넘어 완충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렇더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단기적 충격으로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곳이 금융시장이다. 일단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걷잡기 어려운 방향으로 쏠리면서 급격히 위기로 치닫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분야로 확대될 경우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

만반의 대응책이 요구된다. 금융당국도 일본계 자금 흐름과 만기 도래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금융 점검 태스크포스 가동, 스트레스 테스트 등의 대비에 나서고는 있다.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확대되기 전에 미리 차단해야 한다. 일시적이라도 자금 경색을 예방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등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즉각 실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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