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보여준 정의선의 자신감, 미뤘던 지배구조개편 판 벌일까(?)

입력 2019-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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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20년 만에 핵심 4개사 맡아, 꺼져가던 불씨 살려

(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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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 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포성에서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오른 지 1분기 만에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삼형제’ 주가가 상승과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실적)를 만들어 내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너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 비용 부담이 줄었고, 올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싸움에서 백기사로 나선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10.98%까지 끌어 올리면서 해볼 만 한 싸움이 됐다.

◇현대차 3형제, 실적·주가 ↑

증권가에서는 최근 현대차 삼형제가 호실적 냈거나 예상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37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분기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건 2017년 3분기(1조2040억원) 이후 7분기만이다. 최근 한 달간 11개 증권사가 제시한 현대글로비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8.36% 증가한 1957억원이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전년 대비 3.93% 증가한 5521억원이다.

지난 23일 기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도 각각 연초대비 11.39%, 22.27%, 22.63% 올랐다.

실적이 좋아져 곳간이 든든해지면 배당 여력이 충분해져 지배구조 개편 때 주주환원을 통해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 외국인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들 ‘당근’이 생기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실적은 주주들에게 배당, 시세(또는 평가)차익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면서 “정 수석 부회장이 주주들을 만족시킬 지배구조 개편과 포스트 현대차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어렵지 않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르면 오너 입장에서도 좋다. 지배구조 개편 비용도 줄일 수 있어서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여러 설들이 많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무산된 개편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28일 현대모비스 모듈사업과 AS부품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기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한 목적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와 다른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를 디딤돌 삼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안이 최적의 안이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이 맞는다면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23.29%), 정몽구 회장(6.71%) 지분을 포함해 오너 일가 지분율이 51.38%나 된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엘리엇 등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23일 기준 48.76%에 달한다. 정몽구 회장(6.96%)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7%로 외국인보다 열세다. 예상대로 개편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마음도 변수다.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기존 10.10%에서 10.98%로 높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양사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요구한 엘리엇 대신 회사 측 제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한 번 써먹은 카드를 다시 꺼내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기존과 같이 존속 모비스와 분할모비스로 인적분할 한 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모비스 지분과 대주주의 글로비스 지분을 스와프(주식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꺼져가던 불씨 살린 정의선, 내친김에 지배구조도(?)

시장에서는 시장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결심만 남았다는 평가도 있다.

주가와 실적이 살아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입지가 탄탄해진 상황에서 내부에선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태다. 그는 지난 3월(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아자동차 사내이사, 현대제철의 사내이사까지 겸하면서 최근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를 잘 메꾸고 있다는 평가다.

꺼져가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엔진(실적)도 살려냈다.

정 수석부회장이나 그룹 측은 말을 아끼지만, 정중동 행보를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얼마전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 자리를 통해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가 지난 2월 이원희 사장 주재로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들어 국내외 주주들과 소통을 늘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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