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WTO서 재격돌...“징용공 문제 보복 인정받으면 한국이 유리”

입력 2019-07-24 13:30 수정 2019-07-2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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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보조치 정당성'이 관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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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첫날인 23일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안건’ 논의가 하루 미뤄지면서 한국과 일본은 24일 맞붙게 됐다. 한일 양국 대표는 164개국 대사들 앞에서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며 각국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WTO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의제에 오르는 것은 지난 9일 상품 무역 이사회에 이어 두 번째다.

23일 시작된 회의에서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정식 의제 중 하나가 됐다. 일본의 조치에 관한 논의는 14개 의제 중 11번째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까지 진행된 첫날 회의가 8번째 의제 도중 종료되면서 한국시간으로 24일 오후 5시에 시작되는 이틀째 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WTO에서의 논의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일단, 다른 나라들에게 한일 간의 현 갈등 상황을 알리는 여론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소까지 갈 경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러나 WTO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논의는 평행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WTO 제소를 준비하는 가운데 “안보 상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이 인정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WTO 일반이사회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각료회의를 제외하면 WTO의 실질적인 최고 기관이다. 일반적으로 164개 회원국과 관련된 무역 과제를 논의하는데, 이번 한일 갈등 문제처럼 두 나라 간 분쟁을 다루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본 측은 WTO 일반이사회에서 WTO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방침이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23일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수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재검토”라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 측 대표 중 한 명인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은 기자단에 “WTO 협정에서 문제가 되는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이를 각국에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규정을 내세워 반박할 전망이다. 근거가 되는 건 GATT 제1조 및 제11조다. 1조는 WTO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에 우대 제공하는 것을 결정하고 있으며, 11조는 특별한 이유없이 회원국 간의 수출입 수량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에 사용되는 3개 품목에 대해 개별심사를 요구하거나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수출업체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건 GATT 제1조와 제11조에 위반된다는 논리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한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제대로 설명하고 싶다”며 일본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호소할 생각이다. 아울러 일본의 일련의 조치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세계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해 회원국의 이해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WTO 일반이사회는 회원국이 의견을 표명하긴 하지만, 어떤 대책을 결정하는 기능은 없다. 따라서 초점은 실제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는 제소 후 심리로 옮겨간다.

한국 측은 일반이사회에서 각국의 반응을 보고 제소했을 경우의 승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제소는 구체적인 피해액 산정 등의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제소할 경우, WTO에 의한 심리가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쪽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수출관리체제의 취약함과 수출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던 점을 재차 설명하면 위반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WTO가 GATT 21조를 둘러싼 분쟁을 재판한 사례는 거의 없어, 예외 규정의 적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안보상 매우 중요한 이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금까지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의 이유로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부적절한 사안’이 안보 상의 이유로 인정받을지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코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3일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 즈음에 자신의 트위터에 전 징용공 소송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신문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징용공 소송 문제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한국의 주장이 인정되면 심리가 한국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WTO 제소로 승소할 가능성은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지금까지 준 혜택을 없앨 수 있지만, 일본은 추상적으로밖에 설명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주장과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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