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외 의존도 낮추자”...자체 연구개발 올인

입력 2019-07-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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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플랜B’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26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서는 기업들이 R&D에 적합한 대상을 찾기 위해 현재 미국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 목록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

27년 전 설립된 신싱칭합금(SunXing Light Alloys Materials)의 경우, 전투기와 고속열차, 건물 및 기타 제품용 코팅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티타늄 합금 경화제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전투기용 알루미늄 코팅에 사용되는 첨가제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중요한 응용 분야에 사용되는 고품질의 알루미늄 코팅제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서는 수 많은 중국 기업들이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SCMP는 전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와 자국 기업들 간 거래를 금지하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중국 인터넷 대기업 텐센트홀딩스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화텅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자체 인프라와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은 25일 첫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칩은 오픈소스 아키텍처 ‘RISC-V’를 기반으로 한 ‘Xuantie 910’이라는 프로세서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 산업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미국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에 알리바바도 동참한 것이다.

▲마화텅. AFP연합뉴스
▲마화텅. AFP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씨름하는 사이, 미국 기업들은 관세의 추가 상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 사업을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파라지고 있다.

5월 중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50개 회원사 중 40% 이상이 이미 서플라이 체인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은 조기에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양국은 현재 임시 휴전 중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벼르고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 중국 경제 간 디커플링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최고의 학술기관인 중국과학원 산하 국제전략연구소의 리샹양 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중 경제 간 디커플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생사의 게임이며, 장기적인 문제”라고 경종을 울렸다.

워싱턴에 있는 미중연구소의 수라브 굽타 정책 전문가는 미중 양국 간의 상호 의존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테이블에 남겨둬야 할 돈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매년 화웨이에서 수십 억 달러어치의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제재를 풀어달라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도 그 일례로 지적됐다.

APCO월드와이드의 중국 지역 회장인 제임스 맥그리거는 “디커플링의 결과 중 하나는 아마도 세계화가 덜하는 대신 지역화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국경을 초월한 투자, 서플라이 체인 및 제조망에 관련된 국가가 많지만 앞으로는 세계화가 후퇴하고 지역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맥그리거는 유럽, 아시아, 미국은 각각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될 것이며, 다국적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각 지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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