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걸음으로 힘차고 당당하게 걷는 걸음을 활보라고 한다. 한자로는 ‘闊步’라고 쓰며 각 글자는 ‘트일 활, 넓을 활’, ‘걸음 보’라고 훈독한다. 내 앞에는 어떤 것도 걸리적거리는 게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발걸음도 크게 떼고, 팔도 한껏 내흔들며 걷는 걸음을 활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보를 달리 ‘활개를 치며 걷는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활개는 사람의 쭉 뻗은 팔과 다리 즉 사지(四肢)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새의 활짝 편 두 날개를 일러 활개라고도 한다. ‘활개를 친다’는 것은 사람이 팔과 다리를 최대한 내칠 수 있는 범위까지 내치며 걷거나, 새가 날개를 최대한 펴서 자기 영역을 가장 넓게 한 상태로 나는 것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이러한 풀이대로라면 활개 또한 한자어 ‘闊蓋’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蓋’는 ‘덮개 개’ 혹은 ‘덮어씌울 개’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자신이 덮을(cover) 수 있는 범위를 나타내는 글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활개(闊蓋)를 친다’는 것은 곧 자신이 덮을 수 있는 범위 즉 동작의 반경을 최대한 넓혀서 걷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활보를 해야 할 사람이 하고, 활개를 쳐도 될 만한 사람이 치면 그것은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사람이 활보도 하고 활개도 치면 그 사회는 불안하다. 범행을 한 사람이 거리를 활보한다면 선량한 사람이 길가기가 두렵고, 나라를 명예를 더럽힌 사람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착한 국민이 너무 억울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결코 활보를 하거나 활개를 쳐서는 안 될 사람들이 활보하고 또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 앞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할 사람들이 온갖 거짓말을 다 해가며 가치관의 전도를 획책하고 그 전도된 가치관을 정당화하며 활보하고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할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