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시장에서 29일(현지시간)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전일 대비 1.3% 하락한 1.2217달러로,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정식 절차를 시작한 지난 2017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기한인 오는 10월 31일까지 EU와 재협상을 하지 못해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파운드 가치 하락을 촉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파운드는 2016년 6월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 찬성으로 나오고 나서 폭락한 이후 최악의 달을 보내고 있다. 이들 들어 파운드 가치는 달러에 대해 3.4% 하락했다.
특히 이런 불안을 부추긴 것은 바로 영국 정부라는 평가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고 ‘전시(戰時)내각’을 꾸렸으며 각료들은 EU에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마이클 고브 영국 정부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이제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있다”며 “우리는 10월 31일에 EU를 탈퇴할 것이다. 연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6명 핵심 각료로 구성된 노 딜 브렉시트 대비 전시내각도 구성했다. 존슨 총리와 고브 실장,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 스티브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제프리 콕스 법무장관이 구성원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만나 회의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스코틀랜드 파스레인 해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존 브렉시트 방안은 죽었다”고 선언하면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검토하는 제2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뒤를 존슨이 잇고 나서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득세한 것이 파운드 추락에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신감을 얻은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으로 의회 과반을 확보해 경제적 충격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EU를 탈퇴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졌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은행 ING 외환 투자전략가들은 “새 영국 정부의 하드 브렉시트 관련 강경발언들이 조기 총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파운드가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파운드·달러 환율이 1.18달러 선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존슨 총리는 이날 파운드 가치가 추락하자 뒤늦게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그는 “여전히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절대 갑작스러운 탈퇴를 가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