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곧바로 중국도 맞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이 쥐고 있는 패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앞으로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즉각 보복 대응을 천명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WSJ는 중국이 꺼내 들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꺼내 들만한 카드로 미국 항공사 제조업체 보잉에 대한 발주 취소를 가장 먼저 꼽았다. 잇단 추락사고로 운항이 중지된 737맥스 기종 478대를 주문한 중국이 이를 취소하면 미국 기간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카드는 미국 배송업체 페덱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 제품 배송을 지연한 혐의로 페덱스를 조사하고 있다. 고의로 배송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페덱스에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UBS에 따르면 지난해 페덱스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매출의 약 7%에 해당한다. 이외에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검사 빈도를 늘리거나 영업 허가를 지연시키는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섣불리 보복에 나설 입장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재가 중국 경제를 더 위축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자본 투자까지 감소하면 중국 경제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경제 안정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고용도 중국 정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외국 회사들이 중국에 투자한 돈만 수천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원만 200만 명이 넘는다. 류리강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한 규모이고 임금 수준도 매우 높은 고급 일자리”라며 “이들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WSJ는 또 중국의 보복 조치로 제조 기업들의 공급망이 중국을 떠나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중국이 맞대응을 벼르고 있지만, 중국의 대미 수입량이 훨씬 적어 미국에 타격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지만, 중국이 대항할 수 있는 규모는 100억 달러에 불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