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보복 악순환...G2 무역전쟁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19-08-06 16:59 수정 2019-08-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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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복 수위 1~10단계 중 11단계 수준”…다음 보복 카드는 미국 국채 대량 매도·미국도 외환시장 개입과 관세율 인상 나설 가능성

미국과 중국 간 경제보복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양국의 무역전쟁은 통화전쟁으로까지 확산, 그 과정에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제4차 대중국 관세에 대한 중국의 ‘투트랙’ 반격에 일제히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G2 경제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월가를 충격에 빠뜨린 중국의 두 가지 보복 카드는 바로 11년 만에 달러·위안 환율 마지노선인 ‘7위안’선을 포기하고, 미국 농산품 구매를 중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을 25년 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응수에 나섰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6일 자국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입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지난 3일 이후 구매한 농산물에 대해서도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바로 맞받아쳤다.

마크 해펠레 UBS글로벌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의 보복은 거대했다”며 “그 수위를 1~10단계로 분류한다면 1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은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강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투트랙 반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트럼프는 강달러에 반대하면서 여러 차례 유럽과 중국이 금융완화 등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재선 가도에 나서는 트럼프 입장에서 농민 유권자의 표심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가 지난 1일 백악관 보좌관들의 반대에도 대중국 관세 제4탄 발동을 표명한 시점은 바로 곡창지대인 오하이오주로 선거 유세를 가기 직전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피해 입은 농가에 대해 막대한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CNBC방송은 “중국이 지금까지의 무역전쟁에서 트럼프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며 “앞으로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는 트럼프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미·중 무역협상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백악관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나는 그것을 2초 만에 할 수 있다”며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안 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9월 1일 발효될 4차 대중 관세율을 10% 대신 25%로 적용할 수도 있다.

중국 측도 아직 쓰지 않는 카드가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다음 행보가 자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현재 약 1조1000억 달러(약 1336조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채를 매각하려 해도 소화할만한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이 카드가 현실성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이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던 달러·위안 환율 ‘7위안’선 붕괴를 용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 국채 매도 카드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와 중국의 보복이 4~6개월간 계속되면 세계 경제가 9개월 만에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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