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규제를 허(許)하라

입력 2019-08-0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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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우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언제부터인가 ‘규제’는 ‘개혁’의 대상이 됐고 규제라는 단어는 부정적 언어로 쓰이고 있다. 정부는 1998년부터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해 규제개혁위원회를 설립하고 규제를 개혁 중이다.

행정규제기본법은 1997년 당시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 추세와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국민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비효율적 각종 행정규제를 종합적이고 일관되게 폐지·정비, 범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민간 중심의 규제 개혁 상설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새로운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사회·경제 활동의 자유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행정규제기본법의 애초 정부 제정 취지에 따라 규제 개혁은 잘 이뤄지고 있는가? 국민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정부는 항상 규제 개혁을 외치면서 왜 규제가 개혁의 대상이 됐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규제는 입법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과 행정부에서 제정한 시행령·시행규칙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인가?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것을 세상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퍼스널모빌리티, 1인 크리에이터, 무인 자동차, 원격 진료, AI 변호사가 등장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아직 관련 법제가 없어 현재 규제도 없다. 퍼스널모빌리티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하므로 관련 법제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1인 크리에이터의 경우 활동하는 방송 플랫폼에 관한 법제가 없기에 규제도 없다. 원격 진료는 의료법상 위법한 행위이고 AI 변호사도 변호사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

콘텐츠, 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주목받는 ‘1인 미디어’를 좀 더 살펴보면 지금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유튜브의 매월 방문자는 19억 명이고, 게임방송 전문 채널 트위치의 사용자는 1500만 명에 이른다. 웬만한 정치인은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은 연예인보다 유명하다는 크리에이터들에 의해서 더욱 빛난다.

그러나 일부 BJ 등 1인 크리에이터는 지속적인 비속어 사용, 음란 방송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산하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 회의 심의의 주요 안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방심위는 관련 플랫폼을 통해 시정 요구 및 자율 규제 강화를 권고하고 있지만 개선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크리에이터’와 관련해 ‘크리에이터’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 및 플랫폼에 대한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이 규제는 인터넷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주장과 함께 플랫폼 사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이유로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과연 지금과 같은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한 번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손해배상 법제상 정신적 손해배상액이 높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특정한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인 방송 때문에 다수의 시청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 보상의 방안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인 방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규제는 절대악이 아니고 개혁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규제를 정교하게 필요한 만큼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규제는 국민의 창의를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하고 일부 국회의원과 행정부 공무원, 관련 기업체의 의견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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