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 지역농협]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 “중앙회도 날 함부로 못해”

입력 2019-08-07 05:00 수정 2019-08-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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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대통령’으로 불려…지점장들에 힘 과시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은 ‘금천구 대통령’으로 불린다. 박준식 조합장은 1983년 관악농협 비상임 조합장 당선을 시작으로, 37년째 조합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관악농협에는 본점과 농산물백화점을 포함해 19개 지점이 소속돼 있으며, 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조합원은 900명에 달한다.

조합장에 당선되기 전 박 조합장은 1978년 제2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12월 유신헌법에 의해 설치한 헌법기관이다. 소속 대의원들은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 선출, 헌법개정안의 최종 확정 등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각 지역의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랐다.

박 조합장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으로 얻은 지지 기반으로 조합장에 당선된 후,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ㆍ비상임감사, 농협경제지주 비상임이사와 하나로유통 이사를 지냈다. 현재 농협중앙회 감사위원과 농협경제지주 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의 관리를 받는 구조임에도 되레 박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위에 군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현 관악농협 대의원 정모 씨가 제보한 지난해 12월 3일자 녹취 파일에는 박 조합장이 지점장들이 모두 모인 회의 자리에서 “농협중앙회도 날 건드리지 못해”라며 소리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에서 관악농협에 감사를 나가더라도 박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 감사가 피감기관인 관악농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직원들의 의견이다.

박 조합장은 정계에도 인맥이 넓다. 그는 1995년 제2대 금천구의회 의원에 당선된 뒤 3대, 4대, 5대 의원을 거쳐 2010년까지 금천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에는 서울시조합운영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고, 2015년에는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예결정조위원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역농협 조합장은 비상임직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겸직이 가능하다.

또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금천구 협의회장을 수년간 지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정계를 넘어 청와대에까지 인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관악농협 관계자는 “(박 조합장이) 가끔씩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도 했다”면서 “대통령에게 훈장도 받을 정도로 지역에 봉사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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