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 지역농협] 관악농협, 투표권 가진 대의원 40% ‘박준식 라인’

입력 2019-08-07 05:00 수정 2019-08-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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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ㆍ직원 가족 등 당선 위한 최소 인원 71.4%가 자기사람…사실상 대의원 장악

동문·직원 가족 등 25명… 당선 위한 최소 인원의 71.4%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 사실상 대의원 장악”

사전 선거운동 등 현직 조합장 유리 ‘간선제’ 문제점 지적

관악농협조합장을 선출할 수 있는 대의원 10명 중 4명이 박준식 현 조합장과 직간접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조합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대의원들의 표를 발판 삼아 40년 가까이 관악농협에서 장기 집권해온 것이다.

6일 이투데이는 올해 3월 확정된 관악농협 대의원 명단을 입수했다. 해당 문서를 기반으로 취재한 결과, 전체 대의원 68명 중 박 조합장의 지인으로 확인된 대의원 수는 25명이다.

대의원 40%가량이 박 조합장과 학교 동문이거나 그의 아들 동창, 관악농협 직원의 가족 등으로 구성됐다. 조합장 당선을 위해 35명의 표가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박 조합장의 당선을 위한 최소 인원의 71.4%가 이미 대의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관악농협 대의원 선거구별 당선인 명단을 보면 제4선거구 신대방동영농회에서는 전체 대의원 7명 중 5명이 박 조합장의 지인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 조합장의 동창 4명과 그의 장남이 대의원에 당선됐다.

제1선거구 신림동영농회에는 자녀가 농협에 재직하고 있는 박 조합장의 동창과 신림동영농회장 아들, 박 조합장 동생의 지인 등 총 4명이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제2선거구 원신림동영농회에서는 자녀가 농협에 재직하는 박 조합장의 지인 3명과 박 조합장의 학교 선배 2명 등 총 5명이 대의원에 당선됐다. 제3선거구 대림동영농회에서는 박 조합장의 동창 2명이 대의원이 됐다.

제5선거구 시흥동영농회에서는 박 조합장이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민주평통 회원 2명과 그의 지인 1명 등 총 3명이 대의원에 당선됐다. 제6선거구 봉천동영농회에는 박 조합장 지인의 형과 그의 학교 선배, 전 관악구청장 등 총 3명이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제7선거구 독산동영농회에서는 박 조합장의 친동생과 그의 지인 2명 등 총 3명이 대의원이 됐다.

관악농협 전 대의원 이모 씨는 “문서로 증명할 수 있는 동창, 선후배 지인이 25명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99% 이상이 한 다리만 건너면 박준식 조합장과 다 아는 사람들”이라면서 “대의원들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사실상 박 조합장의 1인 경영 체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조합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의원 대부분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면서 “(대의원들의 투표에) 조합장이 관여하지도 못하고 그럴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관악농협은 2009년 11월 조합장 선거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했다. 당시 대의원회의 안건에 선거제 변경안이 올라왔고, 대의원 투표를 통해 간선제가 통과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시 투표에 참석했던 전 대의원 이모 씨는 “사실상 박준식 조합장이 원하는 방향대로 대의원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라면서 “지금도 대의원들이 박 조합장의 눈치를 보느라 직선제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합장 간선제는 사실상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선거’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조합장의 권한으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챙겨줄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농협의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나 이사, 감사들은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명절 때 선물도 보낼 수 있다. 사전선거 운동을 하기에 매우 유리한 구조”라며 “(간선제) 구조에서는 표를 갖고 있는 대의원의 눈치만 보기 때문에 여러 비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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