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스마트폰 생산·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고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관련 문제에 대해 스마트폰 사업이 전혀 문제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폴드 등 하반기 신제품에는 영향이 없다”라면서도 “1차 벤더부터 4차 벤더까지 감안하면 원재료 등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3~4개월 정도는 준비가 되어 있으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힘을 합쳐서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지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사장이 되고 난 후 한 번도 임직원들에게 ‘내년은 위기다’라는 말을 써보질 않았다. 사원 때부터 31년 동안 매년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양기를 안 하려고 노력했는데 올해 말에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 침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 일본 문제 등 한 치 앞 내다보기가 힘들다. 지난주, 이번 주 다르고 아침에 나온 얘기가 오후에 바뀌기도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어렵게 보는 경영환경이나 규제를 묻는 말에 고 사장은 “국내 문제만 봐도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많다”며 “일일이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특히 노동환경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여러 대내외 불확실성과 한계에도 품질과 고객 만족으로 난관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의 제품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우리의 진정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 있고, 우리가 잘하면 고객들이 우리 인정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 간담회에서 고 사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건배사로 “대한민국, 가자! 가자! 가자!”를 외쳤다.
9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 폴드에 대해서는 결함 논란 이후 출시 일정까지 속앓이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고 사장은 “가슴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시커멓게 돼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제품에 새로운 혁신을 할 때 모르는 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4월 론칭을 준비했을 때 100만 대 정도 준비했는데, 출시 일정을 변경하면서 수량이 100만 대에는 못 미칠 것 같다”면서 “올해 한국을 포함해 20여 개국에 한정된 수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 사장은 “처음 하는 모델이다 보니 혁신 요소가 많아 가격을 그렇게 설정했다”며 “접는 폰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며,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향후 출시될 후속작은)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갤럭시노트10에 대해서는 디자인과 S펜 성능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10의 카메라 홀사이즈를 더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위치까지 가운데로 옮겼다”며 “S펜은 제스처 기능을 추가하고, 배터리를 넣어 S펜이 밖에서도 10시간을 버틸 정도로 성능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갤럭시S10 5G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170만대, 글로벌 220만대 판매됐다.
그는 “사업 하는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다. 생명과 인격 둘 다 지키는 게 맞지만, 생명부터 챙기고 그다음 인격을 챙겨야 한다”며 “상반기에는 혁신 쪽에서 과제가 있었다. 하반기는 수익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포화된 곳은 역성장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5G라고 생각한다”며 “5G 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래그십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