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일본 경제보복 이후…지금 명동은? 일본인 관광객을 만났다

입력 2019-08-08 17:23 수정 2019-08-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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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 불매운동 배너 본 일본인 관광객이 한 말은

▲서울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에 대해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에 대해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일 갈등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강하다고 해서 조금은 우려하기도 했는데 막상 와보니 모두 친절하네요." (쿠미코 나카야마ㆍ36)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해 '노 재팬'(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운동이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8일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일본은 여전히 한국 여행을 오려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일본 내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가 찾은 서울 명동은 몇일 전 '노 재팬' 배너기 설치로 논란이 된 곳이다. 중구청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 명동에 '노 재팬' 배너기를 기습 설치했다가 "일본 국민과 싸우자는 게 아니다", "한국이 좋아서 찾아오는 일본 관광객들을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라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반나절 뒤 배너기는 철거됐지만, 이곳에 걸린 '노 재팬' 배너기를 직접 본 일본인 관광객도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일본 관광객들은 최근 한일 갈등 분위기에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순간, 모두 기우였다고 입을 모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일본 관광객들은 최근 한일 갈등 분위기에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순간, 모두 기우였다고 입을 모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명동에서 인터뷰에 응한 미사키(51) 씨는 "광화문 거리에 '노 재팬' 배너기가 걸린 것을 봤지만, 곧 철거한 것을 보니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하진 않았다"면서 "최근 한일 갈등이 있는 것을 알기에 그러려니 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만나는 한국인마다 모두 친절했다. 한국에 여행 온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인 우미(38) 씨 역시 "노 재팬 배너를 보면서 정치인과 일반 시민이 갖는 반일 감정이 다소 차이가 있지 않나 싶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친철했는데, 아마도 정치인이라서 저런 배너를 달은 것 같다"라고 나름의 진단을 했다.

이날 만난 일본인 관광객 대부분은 한일 간 갈등이 일본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방송에서는 양국 간 대립이 연일 방송되고 있지만, 뉴스는 뉴스일 뿐이라는 것. 특히 이런 반응은 젊은 관광객들에게 더 두드러졌다.

도쿄에서 왔다는 히오리 이소야마(19) 씨는 "한국에 놀러온 것은 처음인데, 주변에도 한국에 여행 오려는 사람이 상당수다. 한국 문화나 음식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기회만 되면 다들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한국에 여행오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이날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한국에 여행오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렇다면, 명동의 상인들은 양국 간 갈등 이후, 어떤 체감을 하고 있을까. 상인들은 처음에는 크게 우려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모습은 아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일본인 관광객의 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매출 역시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 매장 직원은 "그래도 명동은 화장품을 사려는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면서 "눈에 띄는 것은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는 유니클로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선택은 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지난 몇 년간 일본 여행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보복 논란이 일어나자 '일본 여행 안 가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6월과 7월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줄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을 다녀온 승객도 7월 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 46만7249명에 그치며, 전년 동기보다 7만2411명(13.4%) 감소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 중하순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한일 갈등에 대한 양국 국민 반응은 달랐지만, 그래도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서로가 같았다. 우리가 이번 사태의 타깃은 일본 정부이지, 일본 국민이 아니라는 성숙한 입장을 보이는 것처럼, 이날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 역시 정치적 문제로 이웃국가인 한국과 멀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문화가 좋아서 자주 방문하는 편이에요. 최근 한국 국민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치와 경제 문제 때문에 문화 교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역사적인 문제가 발단이 돼 정치와 경제 갈등으로 이어진 만큼, 근본적인 문제가 지혜롭게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모에 오야ㆍ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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