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도 본예산 심사를 앞두고 한국당 의원들의 '예산민원 접수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자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 예산 민원만 미리 취합해 내년도 본예산 심사 때 슬그머니 반영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쪽지 예산'을 통한 제 식구 챙기기 시도란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9일 예결위원장실 명의로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2020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하나 보냈다.
김 의원은 공문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관심을 가진 핵심 사업(1건)을 취합해 정부 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다"며 "이와 관련된 서식(엑셀 파일)을 발송했으니 12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은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등 다른 당 소속 의원들에게는 발송되지 않았다.
한국당 일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필요한 도로포장 등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예결위원장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예산민원'을 취합한 건 그동안 국회가 해온 편법적 예산편성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예결위원장이 가진 권한을 정파적으로 이용해 선거 대비용 '쪽지 예산'을 미리 챙기고자 했다면 그것은 사전 선거운동이자 국민 우롱 행위"라며 "예결위원장에서 깨끗이 물러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은 '음주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도 크게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미 예결위원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무거운 짐 내려놓고 자기 지역 '쪽지 예산'이나 부지런히 챙기라"고 비난했다.
평화당과 정의당도 예결위원장과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은 공문 발송은 내년도 본예산 심사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의 관심 예산을 미리 파악해보려는 순수한 목적 이외의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내 의원들의 관심 예산을 취합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며 그 결과물과 관련해서 실제 예산 당국과 논의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협상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술을 먹고 추경안 심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