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이 올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천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 조합장은 대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를 지지해 달라”며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박 조합장은 올해 3월 13일 열린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관악농협조합장 선거권을 가진 영농회장과 대의원들을 잇따라 만났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8조 ‘호별 방문 등의 제한’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인을 호별로 방문하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없다.
박 조합장은 3월 4일 오후 4시 10분 출마지인 관악농업협동조합 보라매지점을 방문해 봉천동 영농회장 임유성 씨를 만났다. 관악농협 제6선거구를 대표하는 임 씨는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 중 한 사람이다.
임유성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에는 지점을 방문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박 조합장이) 선거를 앞두고 보라매지점에 왔다”면서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닌데 그날 갑자기 찾아와 20분가량 함께 차를 마셨다”고 했다. 이어 “보라매지점 CCTV를 확인해 보면 그날의 영상이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선거 기간 조합장 후보의 지점 방문이 불법임을 모를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조합장은 보라매지점을 방문한 다음 날인 5일 오후 3시께에도 신림지점을 방문해 제2선거구 대의원인 원신림영농회장 윤모 씨를 만났다.
이 같은 사실을 신고받은 금천구 선관위는 보라매지점과 신림지점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조사했다. 선관위는 CCTV 영상에서 박 조합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박 조합장을 면담한 뒤 선거인을 만나거나 지점을 방문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 조치를 내렸다.
관악농협 관계자는 “만약 실제로 선거 운동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면 선관위가 ‘구두 경고’ 조치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위는 자제하라는 경고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조합장은 일상적인 금융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지점을 방문한 영농회장과 만났을 것”이라면서 “박 조합장이 보라매지점을 방문했을 당시엔 이사 한 명이 동행했는데 보라매지점장이 이사 아들이라 평소에도 자주 그곳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