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시위 장기화에 홍콩 기업들 비명...캐세이퍼시픽 주가 10년래 최저

입력 2019-08-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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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11일 경찰들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11일 경찰들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기업들 사이에서 드디어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갈수록 격화하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면서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조차 발붙일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서다.

12일(현지시간) 홍콩증시에서 캐세이퍼시픽항공 주가는 10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홍콩 시위에 일부 직원이 참여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이 압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앞서 중국민용항공국은 지난 9일, 최근 계속되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원한 적이 있는 직원이 중국 본토행 항공편에 근무하는 걸 10일부터 금지한다고 캐세이퍼시픽에 통보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는 직원의 시위 참가를 조금이라도 용인한 기업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가차 없이 응징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홍콩 기업과 그 직원들을 향해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12일 캐세이퍼시픽의 주가는 한때 4.6% 떨어지며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뜩이나 외국인 여행객 감소로 고전하는 캐세이퍼시픽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은 시위가 과격해진 7월부터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해 8월 초에는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행 예약이 전년 대비 감소율은 두 자리에 이른다.

이달 들어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들이 홍콩 여행에 대한 경계 수준을 상향했고, 일본을 포함한 22개국이 여행객에게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송환법 반대 시위로 고전하는 건 캐세이퍼시픽만이 아니다. 주말마다 시위대가 도시를 점령하면서 은행과 쇼핑몰, 음식점 등은 정상 영업이 어렵다.

영국의 다국적 기업인 스와이어퍼시픽 임원인 미셸 로는 지난 8일 실적 발표회장에서 “시위 활동은 우리의 쇼핑몰, 특히 퍼시픽플레이스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시위가 계속되면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패스트 패션업체인 지오다노와 철도운영사 홍콩철도(MTR)도 실적 발표와 함께 현재 사회적인 혼란이 사업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MTR는 시위대의 방해로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장관은 “홍콩에서 물류와 소매업이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두 분야가 압력을 계속 받으면 지역 고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경기 침체가 쓰나미처럼 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홍콩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의 여파로 경제 성장률이 이미 1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시위 영향까지 더해져 ‘내우외환’인 상태다. MTR 진쩌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0년 간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위대와 행정부 간 대립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8월 말까지 시위 일정이 꽉 잡혔다. 지난 주말에도 화염병 시위가 이어졌고, 홍콩 인근 중국 선전에는 무장경찰의 장갑차와 물대포가 집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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