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개성 있는 얼굴에 실용성 걸치고 “봉주르, 코레”

입력 2019-08-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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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車의 역사’ 푸조·‘대량생산’ 문 연 르노·‘럭셔리카 대표’ 시트로엥 등 한국서 영향력 확대

▲푸조는 한 시대 앞서가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일품이다. 508의 에스테이트 버전 508SW의 모습. (사진제공=PSA뉴스룸)
▲푸조는 한 시대 앞서가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일품이다. 508의 에스테이트 버전 508SW의 모습. (사진제공=PSA뉴스룸)

극지방 가까이에 위치한 북유럽의 스웨덴. 열효율을 고려해 집을 크게 짓지 않는다.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를 만든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스웨덴 볼보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내세운다. 그래서 스웨덴차는 실용주의 인식이 강하다.

미국은 SUV 종가다. 많은 사람이나 짐을 싣고 험난한 도로에서 대륙을 횡단할 때 악천후에도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설계한다. 오랫동안 미국 차가 넉넉함의 미덕으로 통하는 배경이다.

제조업에 강한 일본에는 장인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문화인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못생긴 외형 탓에 혹평도 따른다.

한때 한국 차의 이미지는 값싸고 기름 덜 먹는 차에 불과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일궈냈고, 이제는 소형차 만들기가 경지에 이르렀다.

프랑스 자동차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강한 개성과 낭만을 꼽을 수 있다. 평범한 세상 속, 프랑스 차를 타는 사람이 괜히 멋져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고성능 DNA = 프랑스 차의 역사는 푸조다.

200년 전 철강업체로 시작한 푸조는 1889년 마침내 세 바퀴 자동차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독일 다임러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기술을 개발했다.

엔진과 변속기를 들여왔는데 그만큼 독일로 건네주는 로열티도 만만찮았다. 1896년엔 독일과 결별하고 자체 엔진 개발을 시작했다.

이 무렵은 ‘을미사변’ 이후 위협을 느낀 고종이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했던, 이른바 ‘아관파천’이 벌어졌을 때였다.

같은 시간, 프랑스 푸조는 정교한 금속공학을 앞세워 자체 개발 엔진을 보유한 셈이다.

이후 1세기 넘게 푸조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나아가 모터스포츠에도 뚜렷한 역사를 남겼다. 1990년대 F1에 집중했고, 21세기 들어서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고성능 푸조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현대차가 고급화, 기아차가 고성능화를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푸조는 모델마다 고성능 DNA를 품고 있고, 시트로엥은 고급차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르노삼성 덕에 르노는 가장 친근한 프랑스차가 됐다. 사진은 올봄 유럽에 선보인 5세대 르노 클리오.(사진제공=뉴스프레스UK)
▲르노삼성 덕에 르노는 가장 친근한 프랑스차가 됐다. 사진은 올봄 유럽에 선보인 5세대 르노 클리오.(사진제공=뉴스프레스UK)

◇르노삼성 발판 삼아 성큼 다가온 프랑스 차 = 1898년 프랑스 르노 삼형제가 설립한 ‘르노(RENAULT)’는 올해로 창립 121주년이다.

르노는 소형차 ‘부아트레(Vuiturette)’를 시작으로 1905년부터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시작한 프랑스 차다.

이례적인 건 첫 차를 개발해 생산한 지 불과 10년 만에 프랑스의 최대 자동차회사로 올라섰다는 점. 그만큼 브랜드 저력이 뚜렷하다.

1999년에는 일본 닛산과 얼라이언스를 맺었다. 르노는 닛산의 36.8%의 지분을 쥐고, 닛산은 15%의 르노 지분을 확보했다.

이듬해 2000년에는 한국의 삼성자동차 지분 약 80%를 인수하며 르노삼성자동차를 출범시켰다. 덕분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프랑스 차가 됐다.

한국 시장에서는 2018년 5월 ‘클리오’가 출시되며 공식적으로 르노 브랜드가 출범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르노 브랜드 차량은 클리오를 비롯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경상용차 ‘마스터’ 등 총 3종이다.

▲푸조가 고성능을 추구하는 사이, 시트로엥은 점진적으로 고급화를 지향했다. C3 에어크로스의 모습. (사진제공=PSA뉴스룸)
▲푸조가 고성능을 추구하는 사이, 시트로엥은 점진적으로 고급화를 지향했다. C3 에어크로스의 모습. (사진제공=PSA뉴스룸)

◇프랑스 고급차의 밑그림 시트로엥 = 1919년, 자동차 변속기를 전문으로 생산했던 시트로엥이 마침내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기술을 차곡차곡 포개왔던 시트로엥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럿 쥐고 있다.

시트로엥은 △세계 최초 대량 생산형 모노코크 보디 △최초의 대량 생산형 앞바퀴굴림밴 △100% 플라스틱 차체의 오프로드 컨버터블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프랑스 차보다 뒤늦게 출발한 만큼,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차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뚜렷하게 심었다.

특히 우수한 품질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사하라 사막 횡단(1922) △아프리카 대륙 횡단(1924) △아시아 대륙 탐험 등도 주저하지 않았다.

1976년에는 푸조와 합병하며 PSA푸조시트로엥그룹으로 재탄생했다. 브랜드 합병 이후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창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차를 개발했다.

▲DS오토모빌은 시트로엥이 고급화를 추구하며 일궈낸 새 브랜드다.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로 잘 알려진 DS7 크로스백. (사진제공=뉴스프레스)
▲DS오토모빌은 시트로엥이 고급화를 추구하며 일궈낸 새 브랜드다.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로 잘 알려진 DS7 크로스백. (사진제공=뉴스프레스)

플랫폼 공유로 성격이 모호해진 현대기아차와 달리, 푸조와 시트로엥은 각각 지향점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예컨대 푸조가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앞세워 다양한 고성능 버전을 만드는 반면, 시트로엥의 궁극점은 프랑스식 고급차다. 이런 노력이 꾸준히 포개가면서 2014년 고급차 브랜드 ‘DS 오토모빌’ 출범의 배경이 됐다.

DS 오토모빌을 대표하는 SUV ‘DS7 크로스백’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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