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중립 직립]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라고?

입력 2019-08-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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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일본이 한국에 가한 보복 무역 조치와 관련해 ‘노 재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후끈 달아오른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의 수위를 조절하고 우리의 공략 대상을 일본인이 아닌 아베 신조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인 관광객과 일본 내 아베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반대 국민까지 싸잡아 ‘노’ 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노 재팬’의 재팬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걸까. 여기서 재팬은 일본 정부, 포괄적인 개념에선 일본이란 나라로 이해된다. 일본이 우리에게 가한 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가 아베를 타기팅해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국민이 ‘노 아베’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을까. 만약 있다 치더라고 그 효과가 과연 아베에게 압박이 될까라는 질문엔 회의적이다. 우리가 일본 국민이라면 선거 등을 통해 아베에게 표를 안 주는 방법이 그나마 효과적이겠지만 이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일본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이 마음에 안 들어 무역보복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면 이 무역보복 조치는 대법원을 향한 조치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지난달 1일 우리나라 경제, 나아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이달 2일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 종교인은 ‘일본을 섬겨야 한다’고 하고, 한 여성은 ‘아베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접하면 어이가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 지인은 우리나라 곳곳에 사쿠라가 만개했다며 이 같은 현실을 비판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한 뒤 5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대(對)일본 무역수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6046억 달러(약 708조 원)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기술무역수지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실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산업부의 연구개발(R&D)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소재·부품 국산화의 필수 요소인 수요기업(대기업)과 공급기업(중소·중견기업)의 강력한 협력모델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이 정부 R&D 과제에 수요기업으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출연금 지원과 과제 참여 시 내는 현금부담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맞춰주기로 했다. 또 우리 백색국가 ‘가 지역’에 있던 일본을 격하하는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기술 자립 등을 통해 탈(脫)일본화를 진행하고,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국민 차원의 행동도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 노 재팬으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 우려도 있지만,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가선 안 된다. ri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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