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된 홍콩 시위...글로벌 증시도 휘청

입력 2019-08-13 10:00 수정 2019-08-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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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무력진압 가능성 커져…미·중 무역협상 타결 더욱 어려워질 것”

▲홍콩국제공항에서 1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공항은 시위대 점거로 이날 폐쇄됐다가 13일 오전 다시 문을 열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국제공항에서 1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공항은 시위대 점거로 이날 폐쇄됐다가 13일 오전 다시 문을 열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중국이 무력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강하다. 이런 가운데 범죄인 송환법으로 촉발됐던 홍콩의 대규모 시위와 그에 따른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긴급 진단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1% 이상 하락했다. 개별 종목 중에는 중국과 관계가 깊은 보잉 주가가 1%,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가 2% 각각 떨어졌다.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로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금융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증시도 이날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 이상 떨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베르만의 스티브 아이즈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블랙스완(Black Swan)’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홍콩”이라고 말했다. 아이즈먼은 영화 ‘빅 쇼트’의 실존 모델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예견한 인물이다.

블랙스완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위험을 가리킨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련의 시위 활동으로 체포된 사람은 700명을 넘었다. 전날 대규모 시위로 홍콩국제공항에서 항공편 전편이 결항하기도 했다.

아이즈먼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근심거리”라며 “홍콩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또 사태가 확대되면 미·중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합의를 어렵게 한다. 세계 경제에 좋은 것이 전혀 없다”고 경계했다.

CNBC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래머는 “홍콩 시위가 미·중 무역전쟁보다 글로벌 시장에 더욱 심각한 이슈”라며 “중국 정부가 시위를 진압하고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블룸버그통신도 홍콩의 심화하는 정치위기가 이제 경제위기로 번질 위험이 있다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상업 허브라는 홍콩의 지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리 그린 TS롬바드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지위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책을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력개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심각한 범죄이자 테러 징후로 규정하면서 “홍콩 상황이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질서회복이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테러 징후’에 빗대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소규모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홍콩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반사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현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서의 사업을 재고하게 된다.

홍콩을 진원으로 한 금융쇼크가 일어나면 미국시장이 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미셸 마이어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년 안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무력진압 불안에 서구권도 중국에 대해 경고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어떠한 폭력적인 단속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홍콩 시위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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