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 간의 신경전이 8K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그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최근 가입했던 8K 협의체에 탈퇴했기 때문이다.
8K 협의체는 삼성전자가 8K 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파나소닉, TCL 등 4개 업체와 합심해 설립된 단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8K 협의체 회원사 명단에 실리콘웍스가 사라졌다. 실리콘웍스는 지난달 인텔, 이노룩스 등 5개 업체와 함께 8K 협의체에 합류했다.
실리콘웍스는 TV에 적용되는 드라이버 IC(구동칩)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다. 2014년 LG그룹에 편입됐으며 주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리콘웍스가 8K 협의체에서 완전히 나간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실리콘웍스 내부에서 탈퇴 여부를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웍스가 탈퇴하면 8K 협의체 회원사는 11곳에서 10곳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선 실리콘웍스 가입을 계기로 LG전자 또한 8K 협의체에 참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LG전자가 지난 달 우리나라에 8K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및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출시하는 등 8K TV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8K TV는 4K(3840×2160) TV보다 4배 선명한 화질을 구현함에도 시장 규모가 적어 삼성과 LG 간의 협업 가능성은 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8K TV 판매 예상 대수는 21만5000대로, 4월 전망치(30만9000대)보다 30.4% 줄어들었다.
IHS마킷은 8K TV 시장이 내년에는 약 85만 대까지 확대된다고 예상했지만 8K 관련 콘텐츠가 적어 예상치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8K TV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음에도 LG 계열사가 8K 협의체에서 나간 데는 가전 분야에서 지속해서 이어진 삼성과 LG 간의 신경전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TV 시장에서 양사의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까지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LG전자는 올레드 TV를 앞세워 선두 추격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확실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비방전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태국ㆍ말레이시아 법인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올레드 TV와 비교하며 번인(Burn-inㆍ잔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QLED TV가 LCD TV에 불과하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이정석 LG전자 상무는 5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레드TV와 QLED TV의 경쟁 구도 자체가 억울하다“며 “삼성전자의 QLED TV는 2015년에 이미 판매된 SUHD TV의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