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유신체제 반대 시위의 배후로 지목돼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했던 이재오(74)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는 13일 반공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상임고문의 재심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이 선고된 당시 반공법은 광범위함으로 인해 형사 처벌이 갖게 될 위험 요소가 있어 법률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사회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축소해 적용해야 한다"며 "증거 자료를 모두 종합해봐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수사기관에서 조사된 증거들은 심리적 압박감이나 정신적 강압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정이 보인다"며 "검찰이 이러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증거 능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은 재판이 끝난 뒤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이 이념을 정치도구화해 통치에 도움을 받고자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정말 분단이 극복되고 평화가 정착되려면 정치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이념을 잣대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민주화운동 시절 5번 구속이 됐는데 3건은 재심에서 무죄가 됐다"며 "남은 2건은 세상이 조금 더 민주화가 되면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했다.
이 상임고문은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 반대 시위를 벌인 배후로 지목돼 체포됐다. 당시 검찰은 이 상임고문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한 일본판 철학 서적을 지인에게 유포했다며 반공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상임고문은 반공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풀려났다. 이후 상고가 기각돼 이 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불법 구금과 고문, 가혹 행위 등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2014년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