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독일이 잇따라 부진한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과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영국의 아무런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위험에 실물경제가 받는 압박이 표면으로 드러났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진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7.6%로, 전월의 9.8%에서 크게 떨어지고 시장 전망인 8.5%도 밑돌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신차 판매가 계속 후퇴하면서 전체 소매판매 부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7월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한 181만 대로, 1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부문을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도 지난달에 8.8%로 올해 평균치인 9.2%를 밑돌았다.
농촌 부문을 제외한 고정자산 투자는 1~7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상반기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 5.8%를 소폭 밑도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예상 밖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다른 지표가 전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무역 갈등이 중국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크게 약화하고 있음을 가리켰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진 마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강한 역풍에 직면해 감속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더욱 정교한 통화정책과 신용완화가 필요하다. 올가을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독일의 부진한 국내총생산(GDP) 성적은 미중 대립이 유럽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로존의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2% 증가로 1분기의 0.4%에서 둔화했다. 독일 GDP는 전분기보다 0.1% 감소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다.
중국 경기둔화는 그동안 현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 기업에 더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이날 “최근 지표는 경종이자 경고”라며 “다만 우리는 저성장 국면에 있지만 리세션에 빠진 것은 아니다. 필요한 조치를 하면 리세션을 피할 수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도 주창했다.
WSJ는 이번에 발표된 독일 GDP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새로운 금융완화 조치 도입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중국과 독일만이 아니다. 야당이 정권을 장악해 포퓰리즘이 다시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10% 이상 급락하며 최근 하락세를 더욱 확대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의 톰 투겐타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의회 내 반대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24일을 전후해 노 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