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의 결손금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 임상 3상 중단 여파로 시름을 앓는 가운데 올 들어 누적 결손금은 당기손실액의 15배 규모로 늘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젠의 1분기 연결 결손금은 2354억591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8% 증가했다. 결손금은 기업의 적자로 인해 순자산이 감소할 시 해당 감소분을 별도로 적용하는 회계상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이익잉여금의 반대말로 여겨진다.
신라젠의 경우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손금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71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던 신라젠은 이후 해마다 570억 원, 562억 원 등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에 같은 기간 1085억 원이던 결손금은 이듬해 1655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2201억 원까지 늘며 2년 새 1000억 원 이상이 증가했다. 올 1분기 들어서는 당기순손실(153억 원) 대비 15배나 많은 수준이다.
영업 손실 탓에 이자보상배율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기업의 전체 수입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이자보상배율은 일반적으로 1.5가 넘어야 채무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1보다 작을 경우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형편으로 분류해 흔히 ‘좀비기업’이라고 부른다.
신라젠의 경우 재무적으로만 보면 좀비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상 유일한 관계기업인 미국 Sillajen Biotherapeutics, Inc 역시 그다지 보탬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1분기 기준 신라젠이 이 회사로부터 거둬들인 영업수익은 약 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7% 줄었다. 현재 신라젠은 미국에 두 개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SillaJen USA, Inc.은 현재 휴면 상태에 있어 한 곳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신라젠은 지난해까지 임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주가마저 급락하면서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 14일 기준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9663억 원으로 이달 들어 2조1991억 원이 증발했다.
한편 신라젠은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시험 중단 발표에 앞서 특정 임원의 지분 매도 사실과 관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명석 신라젠 부사장은 “무용성 평과 결과를 미리 알고 팔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가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임원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건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