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혼밥 중] 혼잡한 건대입구에서 느끼는 여유…츠케멘 전문 ‘멘쇼’

입력 2019-08-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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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온다. 라면처럼 말아 먹을 수도 있지만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츠케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온다. 라면처럼 말아 먹을 수도 있지만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낮에 ‘맛의 거리’를 들어서면 풋풋한 대학생들이 맛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밤에는 180도 변한다. 술집은 물론, 클럽과 주점이 하나둘 문을 열면 이곳은 ‘유흥가’가 된다. 대학생은 온데간데없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술과 춤, 음악을 즐긴다.

낮과 밤 모두 조용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지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대입구에 있는 ‘멘쇼’는 혼밥족이 찾는 차분함과 편안함을 두루 갖췄다. ‘츠케멘’ 전문점인 이곳은 혼잡함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 있다.

▲멘쇼는 초등학교와 주택가 사이에 있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있어 외부 분위기가 조용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멘쇼는 초등학교와 주택가 사이에 있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있어 외부 분위기가 조용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역과는 조금 먼 위치, 덕분에 느낄 수 있는 차분함

건대입구역 2번 출구를 나가면 이른바 ‘만남의 장소’인 엔젤리너스가 있다. 이 카페 왼쪽으로 돌아 1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서울 화양 초등학교와 가까워지는데, 정문 바로 오른편에 ‘멘쇼’가 있다. 역과는 거리가 있지만, 식당이나 술집, 클럽과 멀어 비교적 조용하다.

외부만큼이나 가게 안도 차분하다. 15석이 채 되지 않는 데다, 바(bar)형식으로 이뤄져 있어 단체 손님이 방문하기가 어려워서다. 대부분 손님이 1~2인으로 방문한다. 식당의 분위기와 구조 때문에 조금만 크게 대화를 해도 다 들린다.

▲컵은 물론 숟가락과 젓가락, 물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츠케멘을 먹는 순서와 방법도 붙여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컵은 물론 숟가락과 젓가락, 물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츠케멘을 먹는 순서와 방법도 붙여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츠케멘’이 익숙지 않은 손님들을 위해 먹는 방법도 써 붙여놓았다. 츠케멘은 통통한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일본의 국수 요리다. 남은 국물을 떠먹을 수도 있다. 이를 처음 접한 혼밥족이 직원에게 질문하지 않고도 조용히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멘쇼’는 방법과 순서를 붙여놓았다.

▲면을 먹을 양만 덜어 국물에 찍는다. 간이 되지 않은 면과 짭짤한 국물이 조화를 이룬다. (홍인석 기자 mystic@)
▲면을 먹을 양만 덜어 국물에 찍는다. 간이 되지 않은 면과 짭짤한 국물이 조화를 이룬다. (홍인석 기자 mystic@)

◇분위기에 한 번, 맛에 두 번…

‘멘쇼’는 츠케멘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다. 다른 메뉴는 없다. 츠케멘만 보통(R), 대(L), 특대(XL)만 판다. 9000원을 시작으로 크기가 커질 때마다 1000원씩 더 비싸진다. 고기는 2장에 2000원. 여자 손님들은 대개 보통을, 남자 손님은 자신의 양에 따라 보통이나 대형을 선택한다.

츠케멘은 가게마다 국물의 농도가 다르다. 어떤 곳은 걸쭉하고, 어떤 곳은 묽다. 멘쇼는 후자에 속한다. 묽은 국물에 면을 찍어 먹으면 밋밋한 면에 짭짤한 국물이 어우러져 간이 잘 맞는다. 국물 안에 있는 고기는 간이 센 편이다. 입맛에 따라 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한 츠케멘 마니아는 한국에서 이 정도 맛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다는 대학생 최보현(27) 씨는 “국내에서 파는 츠케멘은 시중에 파는 소스를 넣어서 그런지 맛이 비슷하고 일본 현지와도 맛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멘쇼의 츠케멘이 현지 맛을 잘 구현했고, 자극적이지 않아 먹고 나서 불편하지 않다. 국물이 미지근해 여름에 먹어도 괜찮다"라고 덧붙였다.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멘쇼의 주방. (홍인석 기자 mystic@)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멘쇼의 주방. (홍인석 기자 mystic@)

◇눈높이 맞춰 오픈된 주방, 자신감 엿보여

일식집은 대체로 공개형 주방이다. 손님이 조리 과정을 볼 수가 있다. 멘쇼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차이점은 ‘눈높이’다. 멘쇼는 고개를 들지 않고서도 눈높이에서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낱낱이 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로 구성된 주방에는 먼지 한 톨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다. '위생에 대해 자신 있다'라는 것을 손님들에게 마치 과시하는 듯 했다. 의자와 식탁도 주방처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직장인 김지유(33)ㆍ박수현(31) 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위생에 민감한데, 이곳은 깨끗함이 눈에 보여서 좋다"라며 "주방 위생상태가 좋으니 음식도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몇 번 와봤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에 이물질이 묻은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와리스프'라는 육수를 넣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와리스프'라는 육수를 넣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혼밥족을 위한 '팁'

멘쇼는 '와리스프'라는 육수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것을 넣으면 짠맛이 줄어든다. 마치 순한 라면 국물 맛이 난다. 모든 츠케멘의 국물을 떠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멘쇼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할 수 있다.

멘쇼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 조금만 걸으면 건국대학교로 갈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먹고 나서 산책하기도 좋다. 한 손님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산책 코스'라고 기자에게 귀띔해 주었다.

◇총평

맛 ★★★★☆

양 ★★★★

분위기 ★★★★

가게 위치 ★★★☆

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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