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펄펄 끓는 지구...문제는 약해지는 ‘제트기류’

입력 2019-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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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제트기류 약화에 서유럽 국가들 사상 최악 폭염…지구온난화 영향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은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일부 도시는 기온이 각각 39도, 42도, 42.6도까지 치솟으며 여름 기온으로는 관측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2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은 가장 잔인한 계절로 기록됐다.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북반구의 ‘제트기류’에 주목하고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팀 울링스 옥스퍼드대학 기후과학 전문가는 “북반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딱 한 가지 정보만 선택해야 한다면 바로 제트기류”라며 “정말로 중요한 기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해면으로부터 10km 상공에는 매우 빠르게 흐르는 공기가 있다. 이를 제트기류라고 하는데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와 적도의 따뜻한 공기 덩어리 간의 온도·압력 차이의 영향을 받는다. 두 공기 덩어리의 온도나 압력 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는 빠르다. 지구 자전으로 제트기류는 더 강해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게 된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천천히 흐르면서 흐름이 구불구불해진다.

제트기류는 4개로, 북반구와 남반구에 극 제트기류와 아열대 제트기류가 각각 하나씩 있다.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제트기류는 유럽 기상 현상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북반구의 극 제트기류다. 하지만 연구 역사는 짧다. 위성이 등장한 1980년대가 돼서야 제트기류 등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주목받는 가설은 지구온난화가 이 제트기류의 속도를 늦추고 흐름을 구불구불하게 하면서 폭염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제트기류는 원래 찬 공기를 극지방에 묶어두고 더운 공기를 열대에 묶어둔다. 그러나 흐름이 약해지면서 기복이 생기면 북쪽과 남쪽으로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 덩어리를 각각 운반시키게 된다.

제니퍼 프란시스 우즈홀리서치센터 선임 과학자는 “기후변화로 제트기류의 자연적인 기복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제트기류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만 등 기후학자들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년 북반구에서 일어난 기록적인 폭염, 가뭄, 집중호우도 제트기류의 영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 간의 온도와 기압 차이가 약해졌고, 그 차이로 생기는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작년과 재작년 겨울 우리나라에 몰려온 기록적인 한파도 북극에 있어야 할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폴라 볼텍스(polar vortex, 극 소용돌이)’가 약해진 제트기류로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제트기류 관련해서는 아직 정황증거만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연구 기간이 짧아 제트기류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이 어렵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학교 대기과학 교수는 “물리학은 방정식으로 답을 얻지만 제트기류는 예외”라며 “대기의 복잡한 특성 때문인데 인위적인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엘니뇨 같은 자연적 변동성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트기류는 기후과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이해가 낮은 부분”이라며 “폭염이 점점 일상이 되고 있는데 온난화의 결과인 제트기류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탄했다.

FT는 더 복잡한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트기류와 북대서양을 흐르고 있는 해류(걸프기류)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다. 바람은 오랫동안 해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해류도 대기에 같은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마틴 스텐델 덴마크 기상연구소 연구원은 “연구자들은 제트기류를 비선형 현상 범주에 넣는다”며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전혀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이 점이 기후변화 영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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