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1시간 줄서야 구경할 수 있는 테슬라…확 달라진 차 구입 트랜드

입력 2019-08-19 19:00 수정 2019-08-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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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스타필드의 테슬라 전시장에는 3종류의 전기차가 전시되어 있다. '모델3'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하남 스타필드의 테슬라 전시장에는 3종류의 전기차가 전시되어 있다. '모델3'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19일 오후 하남 스타필드 내 테슬라 전시장. 평일인데도 오후 1시가 채 되기도 전부터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렸다. 다들 전기차를 보기 위해 매장을 찾은 인파다.

대부분 새로 나온 ‘모델3’ 차량을 보러왔지만, 일부는 '모델S'나 '모델X'를 문의했다. 지난 주말에는 줄을 서서 1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지원과 함께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완되면서 이전보다 전기차를 구매 대상으로 올린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친환경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이미 테슬라 '모델3'은 지난해 미국 소ㆍ중형 고급차(Small+Midsize Luxury Cars)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올라섰다. 판매 대수는 2만5570대로,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6799대)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올 들어 '모델3'의 판매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모델3' 단 하나의 모델로 2만4003대를 판매해 메르세데스-벤츠의 동급 차량(C/CLA/CLS/E클래스ㆍ3만606대), BMW의 동급 차량(2/3/4/5시리즈ㆍ2만8034대)를 모두 더한 수치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유럽에서도 테슬라 전기차의 열풍이 거세다. 벤츠, 아우디 등 명품차 브랜드가 즐비한 유럽에서도 테슬라 '모델3'는 올해 상반기 3만7488대가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2만9275대). BMW 3시리즈(2만6468대)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 미국차 브랜드가 럭셔리 자동차의 본진인 유럽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일 낮 시간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전시장을 오갔다. (홍인석 기자 mystic@)
▲평일 낮 시간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전시장을 오갔다. (홍인석 기자 mystic@)

국내에서도 전기차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미 주류로 올라선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다소 성장세가 더디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연간 보급대수는 2017년 1만3826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3만1696대를 기록했다. 분기당 7000여 대 수준이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구매 시 지방자치단체마다 보조금을 지원한다. 최대 19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취득세는 물론 자동차세,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도 할인해준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준호(25) 씨는 “휘발유, 경유를 넣는 것보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게 더 싸게 든다고 들었다”라며 “차량유지비가 적게 드는 게 전기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환경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비 문제를 해결한 것도 전보다 판매량을 증대시킨 요인이다. 그동안 ‘전기차는 단거리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았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전기차들은 1회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마의 400km의 벽을 깼다는 게 자동차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테슬라 모델3은 한국 기준 연비는 측정 중이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400~500km까지 달린다.

자영업자 최강현(42) 씨는 “1회 충전으로 400km를 간다면 주행 거리 때문에 차를 세울 일이 없다”라면서 “테슬라뿐 아니라 국내 회사가 만든 전기차도 연비가 좋아지고 있어 전보다 관심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한 방문객이 테슬라 '모델3'에 시승해 내부를 살폈다. "차체가 낮다"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 방문객이 테슬라 '모델3'에 시승해 내부를 살폈다. "차체가 낮다"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전기차만 가진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테슬라 전시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무소음’을 전기차의 매력으로 꼽았다. 휘발유 차량보다 소음이 없어 조용하다는 것.

직장인 이우진(30) 씨는 차를 방으로 비유했다. 이 씨는 “방에 들어가 뭘 하려고 할 때 시끄러우면 신경 쓰이지 않느냐. 차에서 운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차에서 운전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운전자의 마음이다. 전기차는 소음이 없어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기 충전소 설치가 더디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기능 향상과 높아진 관심에도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면 차는 굴러 갈 수가 없다.

직장인 곽수용(48) 씨는 "요즘 지어진 아파트들은 전기 충전소가 있지만 내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는 전기차를 충전할 곳이 없어 차를 사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힘쓰는 것처럼 충전기 확충을 위한 계획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새롭게 출시된 테슬라 '모델3'. 가격은 5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새롭게 출시된 테슬라 '모델3'. 가격은 5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전문가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 보급만큼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 충전기는 부지가 싼 곳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연립주택이나 빌라는 충전기를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형 선진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정을 바꾸고, 행정에 필요한 자료와 업무를 줄여야 한다"라며 "서둘러서 인프라를 구축해야 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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