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영국 정치 소용돌이...유럽 경제 발목 잡나

입력 2019-08-21 10:56 수정 2019-08-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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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 사임...EU, 영국 총리 브렉시트 재협상 요구 일축

유럽의 정치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옥죄는 와중에 정치판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뉴스가 연이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사임을 선언했다. 콘테 총리는 로마의 상원의사당에서 연설 도중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며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고 사임을 공식화했다.

지난 8일 연정의 한 축인 극우정당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반체제정당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이로써 작년 6월1일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정은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탈리아는 2018년 3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동맹’과 ‘오성운동’의 연정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정당은 출범 이래 부유한 북부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감세, 사법 개혁, 주요 인프라 건설, EU와의 관계 설정 등 핵심 정책에서 극심한 이견을 드러내며 불안한 동거를 이어왔다.

급기야 지난 8일 동맹이 강력하게 지지해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사업 관련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지자 살비니는 오성운동과의 정책 이견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이후 정부 무능을 이유로 정부해산을 요구하고 조기총선 실시를 주장했다.

정치 불안은 안 그래도 수렁에 빠져있는 이탈리아 경제에 악재라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0월 중순까지 새해 예산안 세워야 한다. 콘테 총리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 불안 위험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130%를 넘어선다. 연정의 사실상 붕괴에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1.31%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FTSE이탈리아은행지수는 최대 2.1%까지 급락하다가 1.3%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영국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 관련 재협상을 하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요구를 일축했다.

전날 존슨 총리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폐기를 놓고 재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투스크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존슨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영국은 이에 반발하며 오는 9월 1일부터 EU가 주재하는 회의에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을 앞두고 영국과 EU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21~22일 존슨 총리가 베를린과 파리를 잇달아 방문해 브렉시트 재협상을 재차 요구할 예정이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반대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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