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화, 현대오일뱅크에 우발채무 손해 85억 원 더 배상”

입력 2019-08-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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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측 주식양수도계약 시 진술보증조항 위반"…17년 소송 마무리 국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제공=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제공=한화)

한화에너지(합병 후 인천정유)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로 한화케미칼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현대오일뱅크가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수십억 원의 배상액을 더 인정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현대오일뱅크가 김 회장과 한화케미칼ㆍ한화개발ㆍ동일석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85억2739만여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95억여 원을 배상액으로 정했으나 앞서 인용된 10억 원을 제외하고 지급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심판 범위를 현대오일뱅크가 한화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약 16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한 부분으로 한정했다. 2차 환송 전 판결에서 인용된 10억 원과 현대오일뱅크가 패소하고도 상고하지 않아 확정된 부분을 제외한 것이다.

재판부는 한화 측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 진술보증조항을 위반한 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1998년 군용 유류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 중 현대오일뱅크가 취득한 주식 지분율 38.8%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피고의 책임을 제한했다.

재판부는 "기업지배권 이전에 앞선 사유로 우발채무가 발생하거나 부실 자산이 추가로 발견되면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입는 손해"라며 "이로 인한 직접 비용 지출도 원고의 손해에 포함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담합의 결과로 원고가 부담하게 된 과징금ㆍ손해배상금ㆍ벌금ㆍ소송비용 등이 현대오일뱅크의 손해라면서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한화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 계열사로부터 한화에너지 주식 946만주를 사들여 합병했다. 계약 과정에서 인수 후 한화에너지의 행정 법규 위반이 발견되면 한화 측이 500억 원 한도로 배상한다는 내용의 진술보증조항을 계약 사항에 포함했다.

그러나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에너지가 현대오일뱅크, SK주식회사, LG칼텍스(현 GS칼텍스), 에쓰오일이 공동해 군용 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약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정부는 2001년 군용 유류 입찰 담합으로 적정가격보다 고가로 매수해 손해를 입었다며 5개 정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한화에너지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떠안게 돼 보증조항을 근거로 한화 측에 322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2007년 1심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취소소송과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확정되지 않아 그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 원 등 총 8억2730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용 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합병 전에 알았으면서도 문제 삼지 않은 점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 진술보증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계약 체결 당시 보증한 것과 달리 담합이 밝혀져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 원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상고심은 과징금과 소송비용 등 회사의 우발채무 전부가 손해에 해당한다며 2심을 새로 열어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파기환송심의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대오일뱅크와 한화 측의 17년에 걸친 소송전은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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