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은 사실상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시설자금 비중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증가폭은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 증가폭은 확대돼 잔액기준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증가폭은 역대최대치를 경신했고, 부동산업 증가폭도 전분기대비 두배 가량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은 4조원 증가한 355조2000억원을, 건설업은 1000억원 늘어난 4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직전분기 증가폭(각각 6조5000억원, 2조2000억원) 대비 축소된 것이다. 제조업은 반기말 재무비율 관리 등이, 건설업은 계절적 요인과 엇갈린 건설관련 지표 등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반면 서비스업은 16조2000억원 늘어 작년 3분기(18조원 증가)이래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잔액도 70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이 7조8000억원 증가한 21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통계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도소매업에서 6조원이 증가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동산업도 6조9000억원 증가한 24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에는 3조5000억원 증가에 그쳐 5년만에 증가폭이 가장 적었었다.
이는 신설법인수 증가에 임대업 대출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실제 중소기업벤처부 집계에 따르면 신설법인수는 올 1분기 5980개에서 2분기 6342개로 확대됐다. 국세청 집계 자료에서도 3월말 238만명에서 5월말 240만명으로 늘었다.
서유정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서비스업 대출이 대출수요처인 업체수 증가 등으로 증가세가 빨라졌다. 금리가 낮다보니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여겨진 비주거용 임대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용도별로 보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시설자금보단 당장 기업을 연명키 위한 운전자금 규모가 더 늘었다. 운전자금 증가규모는 전분기 11조8000억원에서 확대된 1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시설자금은 전분기 7조8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전체 대출금에서 시설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작년 4분기 42.6% 이후 2분기째 줄었다. 제조업부문 비중도 38.9%를 기록해 역시 지난해 4분기 39.4% 이후 2분기째 축소됐다.
서 팀장은 “경기부문을 언급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표상으로 보면 2분기 민간소비 경제성장률(GDP)은 1분기보다 반등했다. 반면 생산관련 지표는 나빠졌다. 운전자금에는 1년 이내 인건비가 포함되나 원재료 구입비도 포함된다. 직접금융 조달도 많아졌다는 점에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시설자금보단 운전자금 관련 대출을 늘렸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