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상한제로 시행으로 서울에서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웃돈을 주더라도 아파트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신고된 8월 계약 거래는 969건으로 이 중 331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비율로 따지면 34.16%로 매수자가 신고가인 줄 알고도 계약한 경우가 열 번 중 세 번은 넘는다는 뜻이다.
올해 초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값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신고가 경신 사례도 늘고 있다. 5월 22.46%에 불과했던 신고가 거래 비중은 6월 25.09%로 높아지더니, 7월 29.37%까지 올랐다. 이어 8월 들어 34.16%를 기록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8월(32.61%)보다 신고가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강남구는 이달 들어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이 55.56%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상한제 시행에 따른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희소가치 부각으로 새 아파트를 찾는 매수자가 늘면서 실제 거래가격도 지난해 8~9월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입주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면적 94.49㎡(5층)는 지난달 15일 29억2000만 원에 팔렸는데, 이는 한 달 전 거래가(27억3000만 원, 5층)보다 1억9000만 원 비싼 수준이다. 이 주택형은 현재 최고 32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강남권에 이어 양천(52.78%)·동대문(52.38%)·동작구(51.72%) 등도 신고가 거래 비중이 높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힐스테이트’(2016년 입주) 전용 84.93㎡(7층)는 지난달 25일 직전 최고 거래가(12억 원, 7월 29일 거래)보다 5000만원 비싼 12억5000만 원에 팔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서울시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사업) 외에 신규 주택 공급이 불가능해 신축(입주 5년 이하)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반 아파트와 주변 지역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시장을 기웃거리는 부동자금이 약 1100조 원으로 1년 정부 재정 규모인 470조 원의 2배가 넘는다”며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 및 분양권 전매 제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으로 주택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이 적다 보니 매도자 우위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