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민족적 대사업' 88올림픽

입력 2019-09-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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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이 벌써 17년 전 일이다. 이제 곧 2002년생 이후 출생자도 대학에 갈거고, 이들은 대학에 가면 “아 월드컵도 못 보고 태어난 세대가 있구나~ 그땐 말이야…”하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하는가. 88 서울올림픽에서 유사한 사례가 여러 번 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두 번의 스포츠 이벤트였다고 하겠다.

◇민족적 대사업

이 광고는 당시 발행된 ‘올림픽복권’이다. 예나 지금이나 올림픽을 열면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거론되는 이야기가 ‘적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역시 새롭게 도약하는 개발도상국인 대한민국이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여는 성대한 이벤트였던 만큼, 막대한 비용 지출은 피할 수 없었다.

올림픽복권의 발행 목적 중 하나는 올림픽 기금 마련에 있었다. 흔히 알고 있는 주택복권이 1983~1989년까지는 발행이 중단되고, 올림픽복권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됐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약 5년간의 복권 수익금을 모은 것이다. 주택은행이 공동 발행기관으로 돼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액면가는 500원이었으며 1등 당첨금은 광고에 나와있 듯 1억 원이었다. 복권 수익금은 올림픽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더불어 주택복권의 원 발행 목적인 무주택 군ㆍ경 유가족, 국가유공자 등의 주택을 마련하는 데도 함께 쓰였다.

홍보문구는 다음과 같다.

“민족적 대사업인 ’88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르고자 하는 국민 모두의 염원이 하나로 이어질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세계 속에 한 민족의 우수성을 드높일 것입니다.”

‘민족적 대사업’, ‘국민 모두의 염원’, ‘세계 속에 한 민족의 우수성’ 등의 글귀에서 아주 강한 정치적 선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30년 후에 열린 평창올림픽에서는 이같은 민족주의적 색채도 거의 없거니와, 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히 복권 기금까지 마련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많은 시대적 배경의 차이가 느껴진다.

◇88올림픽 상품들

많은 대형 스포츠 행사가 그러하듯, 이 당시에도 올림픽에 관한 상품이 많이 출시됐다.

위의 광고는 당시 출시된 올림픽 감상용 소형 액정TV(!)다. 이때는 1980년대 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둘째 치고,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브로드캐스팅)와 같은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던 때였다. 이런 시대에 손안에 잡히는 크기로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컬러TV를 출시한 것이다.

가히 ‘첨단’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한 상품이다. 다만, 완전한 국산 개발 상품은 아니었고 일본의 부품을 수입해 금성사에서 조립한 제품이었다.

대단하기는 한데, 누구를 위해 출시된 제품인지는 약간 의문이 든다. 올림픽을 시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그냥 TV로 시청하면 될 것이고, 그럴 여유가 없이 바쁜 사람들은 이 제품으로 올림픽을 시청하는 것이 무리인 것이 아닐지. 바쁘긴 한데 틈틈이 올림픽을 시청할 수는 있을 정도로 애매하게 바쁜 이들을 위한 상품인 듯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의 열악한 기술로도 이런 생중계 용도의 TV를 판매할 만큼, 국민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88올림픽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잡다하게 ‘88’을 붙여서 파는 상품이 많았는데, 좌측 광고의 제품은 동방시계라는 곳에서 나온 시계 제품이다. 호돌이가 그려져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브랜드는 실제로 88올림픽의 공식 협찬사가 맞다.

사실 올림픽은 기록 계측이 매우 중요한 행사다. 따라서 시계 협찬을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협찬이며, 시계 품질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겠다.

오른쪽 광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나미사의 광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나미는 88올림픽 공식 협찬사가 아니었다. 요즘은 올림픽과는 무관한 업체가 올림픽을 내세운 광고를 할 시엔 제재를 받지만, 이 당시에는 알게 모르게 그냥 넘어간 듯하다.

그렇다고 아무 회사나 올림픽 특수에 업어갈 수는 없었고, 모나미처럼 ‘국산’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가진 선택 받은 업체들만이 가능한 마케팅 방식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애국심과 프로파간다가 강조된 스포츠 행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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